배우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가 연일 흥행 기록을 쓰며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이 이 같은 파죽지세 공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간첩’ 김수현이 맞서야 할 상대는 다름 아닌 슈퍼맨과 좀비. 압도적 파워로 무장한 초월적 존재들이라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먼저 찾아오는 건 슈퍼맨이다. 13일 개봉하는 ‘맨 오브 스틸’(잭 스나이더 감독)은 슈퍼맨의 기원을 다루는 리부트 버전의 영화. 크립톤 행성의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우 분)이 멸망해 가는 행성으로부터 아들을 지키려 칼엘(헨리 카빌 분)을 지구로 보낸 뒤, 이 아들이 슈퍼히어로의 정체성을 입는 과정을 그렸다.

상징과도 같은 빨간 팬티를 벗어버리고 한결 톤 다운된 쪽빛 수트를 입은 슈퍼맨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힘의 목적을 깨닫고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해낸다. 존재론적 고민에 대해 다루는 만큼 이야기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흐르지만, 압도적 액션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며 블록버스터물의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과 스토리를 맡았고, 영화 ‘300’의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고 연출력을 뽐냈다.
한 주 뒤에는 좀비떼가 찾아온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영화 ‘월드워Z’(마크 포스터 감독)가 20일 개봉한다. ‘월드워Z’는 좀비떼로 인한 인류 최후의 재난을 그린 블록버스터로, B급 영화의 단골 소재인 좀비를 스펙터클한 영상과 만나게 해 세련되게 버무렸다.
군인 출신의 전 UN 소속 조사관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 분)이 세계 곳곳에 출몰한 좀비를 제압할 적임자로 꼽히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좀비들이 이스라엘 성벽에 맞먹을 정도로 켜켜이 벽을 쌓고, 이 같은 위험을 제리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 등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지며 재난 영화의 쾌감을 선사한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마크 포스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화려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 속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력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8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2주차가 넘은 13일 현재에도 예매율은 30%를 넘겼다. 김수현에 대한 막강한 팬텀 역시 건재해 슈퍼맨과 좀비가 맞서기에 쉽지 않은 상대다.
sunh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