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다섯 번 MBC 저녁 시간대에는 ‘뉴스데스크’를 중심으로 두 드라마가 편성돼 있다. 장르도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제각각인 이들 드라마는 한 쪽은 너무 평범해서 문제, 다른 한 쪽은 너무 독특해서 문제다. ‘구암 허준’과 ‘오로라 공주’의 이야기다.
임성한 작가의 컴백작 ‘오로라 공주’는 지극히 임성한 다운 드라마다. 방송 초반부터 불륜 미화와 수위 높은 대사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 전 염불 외기, 개 사주 보기, 유체이탈 등이 등장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드라마 속 ‘임성한 월드’는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이 밖에도 ‘오로라 공주’가 가진 특이점을 꼽자면 셀 수도 없이 많다. 개의 속마음이 자막으로 표현되고, 극중 엄마 여옥(임예진 분)은 딸 주리(신주아 분)의 불륜을 코치한다. 또한 사공(김정도 분)의 남자 애인은 그를 언니라고 부르고, 미몽(박해미 분)의 딸 다지(백옥담 분)가 갑자기 나타나 ‘미혼모는 대물림된다’는 뜻의 대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 회장 일가였던 로라(전소민 분)의 집이 할아버지 대산(변희봉 분)이 쓰러지자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았다. 극중 회사가 부도났다고는 하지만 키우던 개까지 압류당하는 모습은 ‘오로라 공주’가 아니라면 없을 장면이다.
이처럼 ‘오로라 공주’에 등장하는 지나치게 독특한 설정들은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대중의 공감을 얻어 인기를 모으는 다른 드라마들과는 너무나 다른 행보다. 네티즌은 이에 대해 “임성한이니까로 모두 설명된다”고 말하곤 한다.
‘오로라 공주’가 끝나고 ‘뉴스데스크’까지 방송되고 나면 드디어 '구암 허준’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MBC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며, 1999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허준’이라는 원작이 있기에 ‘구암 허준’의 시작은 창대했다. 그러나 ‘구암 허준’은 웬일인지 1999년 ‘허준’만큼의 명성을 얻지는 못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구암 허준’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일에 그다지 성공하진 못했다.
1999년작 ‘허준’을 관심 있게 봤던 이들이라면 극중 유의태의 사체를 해부하는 허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가족들은 모두 TV 앞에 앉아 그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했고, 이는 오랫동안 명장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암 허준’에 등장한 이 장면은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1999년작에 비하면 감동의 크기는 덜 했고, 연출은 평범했다. 분명 허준 역을 맡은 김주혁과 유의태 역의 백윤식은 흠 잡을 데 없는 열연을 펼치고 있었지만 화면 속 밋밋한 연출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지난 6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 출연, '구암 허준'을 향해 "태어나서 본 제일 재미없는 드라마"라는 독설을 날린 적 있다. 그의 이러한 평가가 조금 과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구암 허준'이 지극히 평범하기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오로라 공주'와 '구암 허준'의 시청률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12일 성적만 보더라도 '오로라 공주'는 9.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 '못난이 주의보'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구암 허준'의 경우 동시간대 유일하게 방송되는 드라마로서 9.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체면 치레 정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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