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5명으로 결승까지! '투혼'이라 말할 수 없는 한국농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6.13 17: 39

농구부원 전체가 달랑 5명?
농구는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스포츠다.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선수교체가 잦다. 그런데 고작 5명의 선수로 구성된 팀이 결승까지 올라갔다면 믿을 수 있을까. 믿지 못할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제29회 쌍용기 전국남녀농구대회 준결승전이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여고부의 선일여고는 42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신지현(18, 176cm, 가드)을 내세워 상주여고를 68-63으로 제압했다. 선일여고는 14일 인성여고와 정상을 다툰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관계자와 선수부모를 제외하면 체육관이 썰렁했다. 그런데 선수벤치도 사람이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선일여고는 농구부원 전체가 5명이다. 벤치에 남아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선수교체를 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상주여고 역시 선수가 6명에 불과했다. 그래도 남은 선수 1명을 활용해서 주전들에게 짧게나마 휴식시간을 줄 수 있었다.
문제는 현재 선일여고 5명 중 4명이 부상 중이라는 사실. 김선희는 다리가 골절돼 뛰는 것도 힘겨웠다. 최규희는 발목을 다친 상태다. 나머지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이 있다. 감독도 선수를 쉬게 해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선수들은 부상 중에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에이스 신지현은 “나 빼고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아프다. 내일 이기고 싶은데 마음만 앞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한국여자농구는 위기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을 땄던 과거의 영광은 없다. 지난해 여자농구대표팀은 런던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청소년대표는 이미 일본에 실력을 추월당했다. 그나마 선수층도 엷어졌다. 서울에 근거를 둔 전통의 명문 선일여고에 선수가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현장을 찾은 한 농구인은 “갈수록 여자농구의 저변이 얇아져 큰일이다. 학부모들도 이제 힘들게 운동시키지 않겠다는 주의다. 여자는 갈만한 명문대학팀도 없다. 프로의 좁은 문만 바라보고 운동을 시키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초등학교 농구에서는 코치가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들이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선뜻 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농구가 풀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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