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끝낸게 몇 번이나 될까".
선동렬 KIA 감독이 소방수 앤서니 르루의 애간장 세이브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13일 광주 NC전에 앞서 "앤서니가 거둔 세이브 가운데 깔끔하게 끝낸게 몇 번이 될까? 아무튼 깔끔하게 막은 세이브가 몇 개 되지 않는거 같다"며 웃었다. 안타 혹은 볼넷 없는 퍼펙트 세이브를 말하는 것이다.
전날 NC전에서도 2-0으로 앞선 9회초 선발 소사가 2루타를 맞고 내려가자 앤서니가 소방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앤서니는 첫 타자 모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3루 위기를 불렀다. 이어 내야땅볼로 한 점을 내주었고 2사 1,3루에서 마지막 타자 이태원을 풀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잡았다.

만일 안타를 맞았으면 동점이었고 볼넷을 내줬으면 1번 타자 김종호와 상대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기후 선 감독은 덕아웃에서 앤서니를 만나자 "야! 좀 제대로(마무리) 안할래"라고 말하며 어깨를 툭쳤다. 장난이었지만 애간장 세이브에 마음이 담겨있었다.
12일 현재 앤서니는 18세이브를 거둬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30⅔이닝 동안 29안타와 15개의 사사구를 내주었다. 피안타율이 2할5푼4리에 이른다. 방어율도 3.52로 높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소방수로는 다소 높은 1.34에 이른다. 삼성 오승환은 0.53에 불과하다.
올해 18세이브 가운데 선 감독이 말한 깔끔한 퍼펙트 투구는 딱 3차례 있었다. 4월 19일 SK 문학경기 1이닝, 5월 14일 광주 SK전 1⅓이닝, 5월 17일 잠실 LG전 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바 있다. 나머지는 모두 주자를 내보내 KIA 덕아웃을 잔뜩 긴장시키면서 세이브를 따냈다. 블론세이브는 2개.
그럼에도 선감독은 앤서니의 소방수 보직을 바꿀 의향은 전혀 없다. 18개의 세이브를 하면서 뒷문지기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성실한데다 팀과 동료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애간장 세이브만 줄인다면 더욱 이쁘겠지만 말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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