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대체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야?, 재밌는 거 아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의 흥행세를 두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은 분위기다. 일단 스크린 독과점 논란부터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에 대한 엇갈린 반응까지, 개봉 8일 만에 400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답게 뜨거운 감자로 익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미 이슈였다. 원작이 독보적인 흥행을 일군 웹툰인데다 '대세' 김수현을 비롯해 이현우 박기웅 손현주 등 좋은 배우들이 줄줄이 캐스팅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김수현이 북한의 최정예 스파이이자 바보 흉내를 내는 주인공 원류환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라는 네티즌의 호평은 세간의 기대를 더욱 들끓게 만들기 충분했다. 멋있는 줄만 알았던 김수현이 바보 흉내를 낸다니, 원작을 모르는 이들마저도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5일 뚜껑을 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사상 최대, 초고속 흥행세를 기록하며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했다.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바라보는 영화계 내부의 일부 시선들은 곱지가 않다. 작품의 흥행성과 상관없이 스크린 독과점이 빚은 대기록이란 것이다. 최고 총 13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했고 13일 오전 기준 1023개로 감소한 상태이긴 하나 이는 분명 독과점 지적들이 가능한 배경이 된다.
이 밖에도 원작 팬들 사이에서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들도 꽤 보인다. 각색 없이 거의 그대로 원작의 줄거리와 대사를 옮겨다 놓았다는 이 영화가 원작의 매력 이상의 것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실망스러운 오점을 노출했다는 의견들이다. 김수현을 비롯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고르게 호평이 모아지는 편이지만 영화의 구성과 스토리, 연출이나 편집상의 아쉬움에 대해서는 할 말들이 많은 분위기다.
이에 아직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관람하지 않은 네티즌 사이에서는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증가하는 모양새다. 각종 SNS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400만이 넘게 봤다는데 궁금하다', '단순히 스크린 독점 때문에 이런 흥행이 가능할까', '누구는 재밌다고, 누구는 실망스럽다고.. 대체 어떻기에?' 등과 같은 글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지난 13일에는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자신의 SNS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스크린 독과점을 맹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항한 기름까지 부었다. 정 감독의 글을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러한 일각의 논란들이 도리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세를 부추긴다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스크린을 과점한 것도 사실이고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록적인 스코어가 경신된다는 자체가 바로 논란의 작용 때문이라는 얘기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개봉 초기엔 김수현이라는 스타 파워에 힘입어 파죽지세 돌풍을 일으켰다면, 2주차에 접어들면서부터 평단과 대중 사이 엇갈린 감상평과 논란 등이 오히려 관객 몰이의 결과를 낳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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