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감독이 필요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한 절실한 감독이 아니라면 축구협회와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 마지막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월드컵 본선행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최강희 감독의 후임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본선행을 결정짓고 전북 현대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최강희 감독에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연임의사를 묻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손꼽히는 인사들이 있다. 외국인 감독들이다. K리그에서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세놀 귀네슈 전 서울 감독과 세리지오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이다. 귀네슈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 모두 K리그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A 대표팀 감독으로는 어떨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귀네슈 감독의 경력은 화려하다. 터키 명문 트라브존스포르 선수 출신인 귀네슈 감독은 터키 국가대표 감독으로 2002 한일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06년 서울로 부임했다. 정규리그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컵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서울을 이끄는 동안 귀네슈 감독은 팀의 전술적인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발굴을 비롯해 팀 전반적인 부분에 손을 댔다. 따라서 이영진 수석코치 등 국내 지도자들도 귀네슈 감독이 놓치는 세세한 부분을 찾아서 노력했다. 한국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지도자들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다. 또 플레이오프 성적이 정규리그보다 떨어졌기 때문에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소통이 되는 국내 지도자가 필요한 귀네슈 감독은 올초 성적 부진으로 트라브존스포르의 지휘봉을 놓았다. 현재 무직인 상황. 당장 올 수 있지만 팀을 빠르게 정비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다. 또 국내를 떠난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파리아스 매직'이라는 별명을 가진 파리아스 감독은 2005년 부터 2009년까지 포항의 감독을 지냈다. 취임 후 2년간은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2007년부터 성적이 급상승 했다. 포항은 2007년 15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고, 2008년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포항을 떠나서는 지도자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갑작스럽게 포항에 이별을 통보하고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던 파리아스 감독은 1년도 버티지 못했다. 또 알 와슬(사우디아라비아)로 옮겼지만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11년에는 광저우 R&F(중국)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결국 낙마했다.

포항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파리아스 감독은 시간이 필요한 감독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을 꾸리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파리아스 감독의 특성상 1년밖에 남지 않은 대표팀을 이끌기에는 분명 부족함이 보인다. 또 K리그를 배신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통역 나감독'도 필요하다.
결국 신중하게 임해야 할 대표팀 감독 선임이라면 귀네슈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의 문제점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반면 히딩크 감독의 경우처럼 '절실함'을 가진 감독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큰 인정을 받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서 4강에 진출한 뒤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경질 당하고 레알 베티스로 옮겼다. 하지만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한 뒤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서서히 축구계에서 잊혀지는 듯 보였지만 대한민국 사령탑을 맡으면서 도약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라는 입장으로 사령탑에 오른 뒤 극적으로 다시 감독직을 이어갔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과 같은 절실함을 가진 감독을 찾아야 한다.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프랑크 레이카르트,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등이 있다. 물론 이들이 직접적으로 한국 감독에 적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K리그서 보여줬던 결과만으로 1년간의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기에는 분명 부담이 클 수 있다. 특히 모 선수가 "터키 감독 한명 왔다고..."라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에게 휘둘릴 가능성도 잊어서는 안된다. 제한된 에이전트를 통해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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