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서 이길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경우엔 굴복하라”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현실을 드라마 속 허구에 녹아내며 슬픈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2회에서도 뾰족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 시청자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드는 촌철살인 대사들이 이어졌다.
2회 방송에서는 6학년 3반의 사고뭉치 동구(천보근 분)과 마여진 선생(고현정 분)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동구는 꽤나 자주 불량배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얼굴에 멍이 들 때까지 맞는다. 방과 후 집으로 향하면 옛날 개그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친구들은 모를 법한 옛날 유행어를 따라한다. 철없이 행동하는 그에겐 사실 친한 친구도 없다.

그리고 마여진 선생은 동구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보단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 게 좋은 방법이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고 살아남는 거다”라고. 그리고 “도망치기도 싫고, 굴복하도 싫다”는 동구에게 “약자들은 목숨을 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여왕의 교실’은 지극히 판타지를 그리는 드라마다. 주인공 마여진 선생부터가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그러나 사실 그 내면은 참으로 현실적이다. 많은 이들이 외면하려 한 현실이 마여진 선생의 말과 행동으로 그려진다.
그래선지 이 드라마는 보는 이의 가려운 곳을 세게 꼬집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정하게 긁어주는 게 아니라 세차게 꼬집어버린다. 시원한데, 아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뒤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그래도 ‘여왕의 교실’은 일말의 희망을 남기며 드라마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이날 방송에서 동구는 “목숨을 거는 방법밖에 없다”는 마여진 선생의 말을 듣고 자신을 괴롭혀온 불량배들을 찾아갔다. 그리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일을 그만둘 때까지 맞섰다. 얼굴이 온통 멍과 피로 뒤덮이자 결국 자유가 찾아왔다.
한편 ‘여왕의 교실’은 스스로가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돼 아이들을 궁지에 내모는 마여진과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며 스스로 현실을 깨달아가는 6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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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