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고민을 안고 있는 두산이 4일 휴식을 통해 마운드 재정비에 나선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생각하는 핵심 선수는 외국인 투수 개릿 올슨(30)과 베테랑 필승조 요원 정재훈(33)이다.
한 때 6연패에 수렁에 빠지며 6위까지 추락한 두산은 12일과 13일에 걸쳐 SK를 잡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6연패를 끊은 뒤 연승을 기록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휴식일을 맞이한다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다. 급한 불을 끈 만큼 최대한 차분하게 팀 구상을 다시 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두산 타선은 올 시즌 여러 지표에서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2할8푼4리의 팀 타율은 리그 1위에 해당되는 수치다. 득점권 타율(.274·6위)에서 다소 문제가 있어 답답한 양상이 드러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방망이 감이 나쁘지 않은 만큼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때문에 타선보다는 마운드 재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발진에는 올슨이, 계투진에서는 정재훈이 핵심 선수라고 할 만하다. 이들의 활약상에 따라 구상은 순항할 수도, 틀어질 수도 있다.

올 시즌 두산 선발진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확실한 선발 카드였던 이용찬이 부상으로 아직 전력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맏형 김선우(2승6패 평균자책점 5.77)와 노경은(2승5패 평균자책점 4.13)도 지난해만 못한 성적이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6승3패 평균자책점 3.55)가 분투했고 유희관(3승1패 평균자책점 3.08)이 활력소를 불어 넣었으나 한계가 있었다. 두산의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5.08으로 리그 8위다.
이런 상황에서 6번째 도전 만에 한국무대 첫 승을 따낸 올슨의 몫이 중요해졌다. 허벅지 부상으로 50일 가까이 자리를 비웠던 올슨은 13일 잠실 SK전에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냈다. 김진욱 감독도 “아직 100% 상태는 아니지만 서클체인지업은 좋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올슨 역시 “매 경기 몸 상태가 더 좋아지고 있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올슨이 선발 로테이션에 정착한다면 선발진 수습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계투진에서는 정재훈이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당초 김진욱 감독의 구상은 마무리 홍상삼 전에 가장 좋은 내용을 선보였던 오현택을 투입시키는 것이었다. 믿을 만한 두 선수로 경기 막판을 틀어막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팀 내 불펜에 왼손이 부족하다보니 오현택이 왼손 투수들의 몫까지 하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고민이다. 김 감독은 “그러다보니 오현택이 생각보다 경기에 빨리 들어가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오현택의 앞이나 뒤에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선수 하나가 더 필요하다. 김 감독은 여기서 정재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정재훈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1승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김진욱 감독도 “볼을 남발하는 선수가 아니다. 제구력이 있기 때문에 적은 공으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정재훈은 한 때 두산의 마무리로 활약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김 감독의 말대로 1이닝 이상을 막아줄 수 있는 능력도 가졌다. 두산 계투진이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자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임무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있었다. 정재훈이 오현택 홍상삼과 함께 두산 필승조의 든든한 무게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불펜 역시 생각보다 빨리 안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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