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벨리 타임".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연장 11회초 로널드 벨리사리오가 구원투수로 등장하자 한 다저스 담당 기자는 "잇츠 벨리 타임"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불길한 예감은 12회초 대량실점으로 현실화됐다.
다저스는 이날 애리조나와 연장 12회 승부`끝에 6-8로 패배했다. 5회말 대거 4득점으로 4-3 역전,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으나 선발투수 류현진이 6회를 끝으로 내려가자마자 불펜진에서 곧바로 동점 허용했고, 연장까지 넘어간 불펜 싸움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다저스는 4-3의 1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7회초 신인 투수 크리스 위드로를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는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첫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으며 기세를 올린 위드로는 그러나 빗맞은 내야안타를 시작으로 3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며 데뷔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이날 경기로 다저스는 시즌 14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게 됐다. 시카고 컵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리조나 등 13개를 기록한 팀들을 따돌리고 명실공히 메이저리그 최다 블론세이브 팀이 됐다. 세이브 성공률은 55.0%로 30개팀 중 27위에 불과하다. 뒷문이 불안해 이기고 있어도 언제 뒤집힐지를 모른다.
경기 후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우리 불펜은 잘 던졌다. 타자들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며 불펜투수들을 두둔한 뒤 데뷔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한 위드로에 대해서도 "아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능력이 충분하다. 오늘은 내야 안타로 운 아주 나빴을 뿐"이라고 감싸안았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신인 투수를 써야 할 정도로 다저스 불펜은 심각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21위(4.20)이고, 피안타율은 2할6푼7리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5번째로 높다. 이닝당 출루허용률(1.41)도 3번째로 높다. 새로운 마무리로 승격된 켄리 잰슨을 제외하면 믿을 만한 불펜투수가 안 보인다.
지난해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준 브랜든 리그와 벨리사리오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신인 위드로에게 위기 상황에서 올리는 모험을 걸 만큼 기존의 투수로는 한계가 있다. 매팅리 감독은 "위드로는 앞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수"라며 그를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장 12회초 벨리사리오와 리그의 불안한 투구내용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불안한 불펜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이상 다저스의 반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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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