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신나는 노래, 올해는 합창 가능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14 06: 46

'엘롯기', 즉 LG와 롯데, KIA를 세 글자로 줄인 이 말은 팬들에게 아픔의 기억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세 인기구단은 2000년대 초반 나란히 하위권에 머무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롯데가, 2005년과 2007년은 KIA가, 2006년과 2008년은 LG가 각각 최하위에 그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인기구단의 성적부진은 한국 프로야구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물론 세 구단의 성적부진이 흥행 부진의 모든 원인은 아니었지만 영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한 편으로 '엘롯기'라는 말은 해당 팬들에게 자부심과도 같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던 세월동안 변심하지 않고 열정과 응원을 보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2008년 롯데가 로이스터 열풍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한 이후 이제는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가게 됐고, KIA 역시 2009년 우승을 정점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두드리는 팀이 됐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히 '엘롯기'라는 말은 의미가 퇴색됐다. 해당 구단 팬들은 과거 동지애를 나눴던 사이에서 이제는 라이벌로 돌아서게 됐다.

과거 '엘롯기'가 하위권에서 뭉친 구단들끼리 부른 슬픈 노래였다면, 세 팀이 동시에 가을야구에 초대받는 건 가능할까. 아직 프로야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사건이다. LG(전신 MBC 포함)와 롯데, 그리고 KIA(전신 해태 포함)가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나간 일은 아직 없다. 1995년 딱 한 번 세 팀이 동시에 4강에 진입했지만 3위 LG와 4위 해태가 5게임차로 벌어져 준플레이오프가 무산됐었다.
 
올해는 과연 가능할까. 현재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마침 LG가 3위, 롯데가 4위, KIA가 5위로 순서대로 순위를 형성하고 있다. 게임차도 거의 없다. LG와 롯데는 반 게임차, 그리고 롯데와 KIA는 게임차 없이 승률로 순위가 갈렸다.
LG는 무려 7시리즈 연속으로 위닝시리즈를 거두면서 신바람을 내고 있고, 롯데 역시 최근 3연승으로 분위기가 좋다. 한때 선두를 달리다가 추락한 KIA는 5연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탈 준비를 마쳤다. 중위권 혼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세 팀이 동반 4강 진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1위 삼성과 2위 넥센 중 한 팀을 끌어내려야 가능하다. 삼성은 자타공인 최고의 전력으로 3위 LG에 4.5게임 앞서 있다. 넥센은 최근 4연패로 주춤하고 있지만 벌어놓은 승수가 넉넉하고 올해만큼은 창단 첫 4강 진출을 이루겠다는 선수들의 염원이 강력하다.
이들 '엘롯기'의 순위싸움이 격화될수록 야구장을 찾는 관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LG는 연 입장관중 1위를 다투는 인기팀이고 롯데와 KIA는 수도권에서 경기를 치렀다 하면 만원관중을 기록한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본격화되고 있는 LG와 롯데, 그리고 KIA의 치열한 중위권 경쟁. 올해는 과연 세 팀이 가을에 신나는 노래를 합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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