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릴리프맨 김승회, 조연 아닌 주연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14 10: 40

롱 릴리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임무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져 내려가거나 경기 후반 긴 이닝을 소화할 필요가 있을 때 등판하는 이들에게 승리나 세이브, 홀드 등의 기록은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운이 따라 팀이 경기를 뒤집으면 승리투수를, 긴 이닝을 던지면 세이브 기록을 가끔 얻을 뿐이다.
그렇지만 롱 릴리프는 팀에 반드시 필요한 보직이다. 믿음직한 릴리프맨 한 명이 있으면 감독은 마운드 운용이 수월해지고 팀의 뒷문은 단단해진다. 최강의 롱 릴리프라고 칭해도 아깝지 않은 롯데 자이언츠 우완 김승회(32)는 교과서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승회는 1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동점 상황, 게다가 연장 승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의 선택은 어김없이 김승회였다. 김승회는 등판 하자마자 유한준과 박동원을 삼진 처리하더니 유재신까지 간단하게 땅볼로 요리했다.

이후 김승회는 10회 안타와 볼넷으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까다로운 타자 김민성을 땅볼로 처리했고, 11회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롯데 뒷문을 굳게 지켰다. 김승회가 홀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자 롯데 타자들은 힘을 내 손아섭이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3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김승회의 롯데 이적 후 첫 승이다. 김시진 감독까지 "김승회가 중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반색한 활약이었다.
벌써 올 시즌 23번이나 등판한 김승회는 1승 3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보통 1이닝씩 던지는 필승조와는 달리 김승회는 한 번 올라오면 긴 이닝을 소화한다. 불펜으로 등판한 21경기에서 김승회는 33⅓이닝을 소화해 경기당 1⅔이닝씩 책임졌다.
작년까지 선발투수로 두산에서 활약을 펼친 김승회는 올해 갑작스럽게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다. 보상선수로 롯데에 왔지만 팀 내에 두산 출신 선수들이 많아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제는 줄무늬 유니폼이 어색하지 않다. 시즌 초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롯데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6월 들어서는 더욱 페이스가 좋다. 5경기에 출전해 8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하고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상대의 3이닝을 큰 위기 없이 그냥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홀로 여러 명의 몫까지 해내는 김승회다.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고, 한 번 올라가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김승회. 그는 롯데 마운드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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