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가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사랑스러워야 한다. 이는 무조건 '착한 사람'이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끔찍한 악역도 캐릭터로서 충분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일 수 있다.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이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여왕의 교실'이 아무리 아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라고 외쳐도 시청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배우는 아무래도 고현정일 수 밖에 없다.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상대방의 기를 죽여버리는 고현정은 이번에는 아이들을 상대로 특유의 포스를 분출한다. 이 드라마 속 고현정은 성인 남자와 러브라인도 아직까지는 드라마틱한사연도 없다. 오직 그가 가진 '성격' 뿐이다.
극 중 고현정이 분한 마여진이란 인물은 산들초등학교 6학년 3반의 담임으로 위압적인 행동을 통해 아이들을 다스린다. 소위 스스로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되느 '충격 요법'을 시행한다. 아이들에게 어른에게도 하기 힘든 독설을 내뱉는 마여진이다. 2회 방송만 보더라도 사고뭉치 동구(천보근 분)과에게 마여진 선생이 하는 행동과 말은 기가 차게 만들었다.'

불량배들에게 자주 폭행을 당하는 동구에게 마 선생은 "상대방을 제압하기 보단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 게 좋은 방법이다.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고 살아남는 거다"라고 충고(?)했다. "도망치기도 싫고, 굴복하도 싫다"는 동구에게 "약자들은 목숨을 거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따뜻한 조언이다.
여기에 더해 마여진으 같은 반 아이들 앞에서 동구에게 "널 버리고 떠난 엄마랑 연락 하냐. 10대 미혼모였던 네 엄마는 네 아빠가 교도소를 들락거리자 외할아버지께 널 맡기고 다른 남자랑 떠났다. 엄마는 술에 취해 '내 인생은 너 때문에 엉망이 됐어. 너 같은 거 낳고 싶지 않았어’'라고 했을 거다. 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옛날 코미디언 흉내나 내는 겁쟁이다"라고 공격하는 잔인한 모습도 보였다.
이 외에도 마여진의 독설은 서늘하다. "차별이 어떠냐.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건 너무나 당연한 사회 규칙 아니냐.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권을 누리고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은 1%다. 나머지는 차별이고 부당하다고 떠들며 사는거다. 대부분의 너희 부모들처럼. 쓸데 없다. 경쟁이 잘못됐다고 소리쳐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 등 소름끼치게 아픈 독설을 내뱉는다. 여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도 능해 학부모들을 모조리 제 편으로 만든다.
이런 마여진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다. 실제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봐 온 주인공들과느 다른 형태의 캐릭터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아 보인다. 주인공이 김향기라고 하더라고 고현정에 감정 이입을 해야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 반응도 있다.
가슴 아프게 현실적이면서도 황당할 정도로 판타지스러운 이 주인공은 하지만 '불편한 매력'이 있느 것은 분명해 보이다. 적어도 마여진은 밍숭맹숭과는 거리가 먼, 보는 이의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인물이다. 여주인공으로서는 전에 보지 못한 희소성도 갖는다. 드라마 관계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마여진의 행동이 점차 이해가 갈 것이다. 나름의 사연이 있고 아이들도 마여진 선생의 진심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여왕의 교실’은 스스로가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돼 아이들을 궁지에 내모는 마여진과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며 스스로 현실을 깨달아가는 6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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