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자와 그렇지 않은 타자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좋은 눈이다. 나쁜 공에는 배트를 내지 않으며 때로는 걸어 나가는 기술이 있어야 3할을 유지할 수 있다. 타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도 눈야구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27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 출루율 4할7푼7리의 맹활약을 선보였던 추신수는 5월을 기점으로 점차 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5월 타율 2할4푼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14일(한국시간) 현재 2할3푼4리의 6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시즌 타율도 2할7푼9리까지 떨어졌다.
3할3푼대의 타율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다소 찜찜한 페이스다. 최근에는 2할7푼에서 2할8푼 사이를 오고가고 있다. 일단 오른손 투수에게는 3할2푼9리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왼손을 상대로는 1할6푼2리에 그치고 있는 좌우 편식이 눈에 들어온다. 홈 타율(.330)과 원정 타율(.233)도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불균형이 결국 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출루율에서는 여전히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추신수의 올 시즌 출루율은 4할3푼으로 메이저리그(MLB)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MLB에서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를 비롯해 8명에 불과하다. 이중 2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결국 볼넷과 사구로 출루율을 만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리드오프라는 본연의 임무, 그리고 방망이는 기복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요소다. 출루가 중요시되는 리드오프의 특성상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의 가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공을 많이 보는 볼넷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여기에 타격이 항상 잘 될 수는 없다. 슬럼프도 몇 차례씩 찾아온다. 이럴 때 볼넷으로 출루를 이어갈 수 있다면 스스로의 리듬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추신수는 올 시즌 47개의 볼넷을 골랐다. 팀 동료 조이 보토(51개)에 이어 MLB 전체 2위다. 18개의 사구까지 합친 65개의 사사구는 단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가파른 타율 하락에도 출루율이 4할대에서 버틸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실제 추신수는 5월 타율이 2할4푼이었음에도 출루율은 4할1푼1리로 수준급 성적을 자랑했다. 6월 출루율도 3할6푼8리로 타율에 비하면 훨씬 높다.
최근에는 공을 많이 보는 모습도 늘어가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는 과감한 스윙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끈질긴 승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풀카운트 승부도 늘어났다. 지난해 풀카운트 승부는 110차례였는데 올해는 벌써 61번의 풀카운트 싸움을 벌였다. 그 중 25번이나 볼넷을 고른 것에 비해 삼진은 14번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2B-2S의 승부가 풀카운트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근소하게 풀카운트 승부가 더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수 있다.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도 추신수는 두 차례나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타격감이 아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몸쪽 공에는 아직 미지수가 있지만 바깥쪽 공을 보는 선구안은 좀 더 좋아졌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도 있다. 추신수가 이런 눈야구를 바탕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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