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서글퍼지고 눈물이 난다.” 배우 이성재의 담담한 고백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는 배우 이성재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아픔은 안방극장에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성재는 지난 1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겠다고 자처했다. 건강 검진은 받아도 외국과 달리 정신과 상담은 숨기기 급급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이성재의 공개 정신 상담은 시작부터 놀라웠다.
현재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천인공노할 악인 조관웅으로 열연 중인 그는 현실과 드라마의 괴리를 토로했다. 극악무도한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극도로 예민해지고 짜증이 습관화됐으며, 캐릭터에 몰입해 감정기복이 심하게 됐다. 배우 이성재는 매회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을 받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 이성재는 진솔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인간 이성재의 삶은 피폐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정신 상담을 받겠다고 나섰다.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 기러기아빠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행여라도 불안정한 감정상태로 휘청거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이날 이성재는 정신과 의사에게 연대보증을 잘못 서서 빚더미에 올랐던 과거사와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로서의 공허함,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생기는 우울한 감정들을 토로했다. 너무도 담담하게 “내가 갑자기 잘못 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겁이 벌떡 난다. 그리고 괜히 서글퍼지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은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사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스타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배우로서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담담하게 그렇지만 진솔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성재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울컥하게 만들었다.
안방극장을 호령하는 인기 배우이지만 이면에 숨겨진 아픔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시에 같은 버거운 삶으로 매일 가슴을 치는 누군가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후 정상이라는 결과에 “다행이다”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은 솔직한 고민 토로만으로도 가슴팍을 파고들었기에 안방극장을 안도하게 만들었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 싱글라이프에 대한 솔직한 애환과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성재는 이 프로그램에서 유난히 자신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처량한 기러기 아빠였다가도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중년의 배우였다가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아낌 없이 표현하는 따뜻한 남자였다가 인간 이성재의 다채로운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짠한 속내를 털어놨던 이성재가 다음 방송에서는 어떤 인간적인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또 한번 매료시킬지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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