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취재 3년차인 제가 야구기자로 발을 내딛고 선배에게 들은 가장 첫 조언은 "치마 입지 마라"였습니다.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여기자들은 평소 치마, 민소매, 깊게 패인 옷을 입지 않고, 샌들을 잘 신지 않으며 짙은 염색이나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기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부터 '선수들의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 취재를 하자'는 것이 여기자들의 원칙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실 선수들은 콧웃음을 치죠. '기자들이 치마를 입는다고 선수들이 흔들리냐'는 장난 섞인 비난(?)이 날아오곤 합니다. 저희도 가끔 이건 심하지 않냐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취재에 편한 바지와 운동화 착용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선수들이 그렇게 장난을 칠 만큼 선수들과의 관계가 부드러운 것 역시 여기자들의 특징입니다. 선수들이 아무래도 누나 같거나 여동생 같은 여기자들에게 더 친근감 있게 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히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필요로 하는 취재에는 여기자들이 많이 출동합니다.
프로야구 현장에 상근하는 여기자는 약 20명 정도입니다. 전체 기자 중 10%가 조금 안되는 비율입니다. 1990년대까지는 여자의 덕아웃 출입이 제한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아나운서와 여기자가 많아지면서 덕아웃에도 여성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자들의 취재 생활은 남자 기자와 똑같습니다. 출장과 야근을 밥먹듯 하는 생활이 가끔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여자라서 안된다'는 이야기는 여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여기자들이 연약해 보일지라도 취재력과 의욕은 남자기자들 못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야구에 대한 지식은 남자들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를 직접 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로 쌓은' 야구지식이 많죠. 그래서 야구 기술, 작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감독, 선수들은 여기자들에게 가장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웬만한 남자 못지 않답니다.
야구기자가 된 뒤 저희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시집은 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주말에도 경기가 있고 매일 밤 10~11시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 남자는커녕 친구를 만날 시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합니다. 여기자 뿐 아니라 야구기자라는 직업,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야구판에 뛰어든 여자로서 현실적인 벽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선수들의 도 넘은 장난에 가끔 상처를 받기도 하죠. 가끔 있는 네티즌들의 원색적인 공격도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들을 아끼는 마음에 오늘도 미니백 대신 노트북 가방을 짊어지고 '남자들의 세계' 야구장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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