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와 불펜투수의 임무는 명확하게 나뉜다. 그러나 하는 일이 다를 뿐 어디까지나 한몸이다. 어느 하나에서 탈이 나면 나머지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SK 마운드의 사정이 딱 그런 사정에 놓여있다.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SK는 투·타 전체의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전에 비해 도드라지는 것은 마운드 운영의 어려움이다. 팀의 영광을 이끌었던 선수들 중 상당수가 부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예전만한 구위와 짜임새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마운드가 든든하게 경기를 잡아주지 못하니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불펜은 ‘벌떼야구’의 위용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올 시즌 SK는 4.2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 4위에 해당되는 성적으로 나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뜯어보면 불균형이 심각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10으로 리그 7위고 11개의 홀드는 리그 최하위다. 마무리 박희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좀처럼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SK는 선발 야구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SK의 선발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몫을 하고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1.56) 크리스 세든(6승3패)을 비롯, 조조 레이예스(4승6패, 4.36), 김광현(2승3패, 3.78), 윤희상(3승2패, 3.71)로 이어지는 4선발 라인업은 타 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모두 7이닝 이상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터’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만수 SK 감독도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발야구가 지론인 이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 정상이다. 선발은 던지면 4~5일을 쉬고 들어가지만 매일 몸을 풀어야 하는 중간 투수들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통용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팀 사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불펜이 약하기에 선발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이 감독 역시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최근 SK 선발 투수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런 벤치의 주문에 충실히 응하고 있다. 7일부터 9일까지 열린 문학 한화전에서는 선발들이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졌다. 7일 백인식은 7⅔이닝(111개), 8일 한화전 윤희상은 8이닝(117개), 9일 세든은 7이닝(109개)을 소화했다. 1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김광현이 7이닝 동안 114개의 공을 던졌고 12일 경기에서는 레이예스가 8이닝 동안 123개를 던지면서 완투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용도 좋았지만 불펜이 불안해 좀 더 길게 던진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페이스가 계속 이어지면 선발투수들도 체력적인 면에서 힘이 부칠 수 있다. 여기에 SK 선발들은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있다. 레이예스는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고 세든은 스스로 “한 시즌에 150이닝 이상을 던져본 경험이 없다”라고 했다. 김광현 윤희상은 각각 재활 여파로 올 시즌 출발이 늦었던 선수들이다. 예전에 비하면 아직 완벽한 구위라고는 할 수 없다.
때문에 선발투수들의 무더위를 지나 후반기에도 정상 위용을 과시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불펜 투수들이 선발들의 몫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SK 불펜이 언제쯤 안정을 찾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예전의 위용 회복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재정비에도 꽤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SK는 레이예스, 김광현에 이어 윤희상도 15일 임시 불펜 요원으로 대기한다. SK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자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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