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수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합친 모큐멘터리 프로그램 MC를 맡아 배우가 아닌 진행자로 돌아온다. 오는 25일 첫 방송되는 채널A ‘싸인’이 그 무대로 류승수는 지난 2월 파일럿 방송에 이어 정규편성 된 프로그램에서도 MC를 맡으며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게 됐다.
‘싸인’은 신문 사회면에 실린 무시무시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따와 재연을 통해 사건 발생 현장부터 범인 검거 과정, 그리고 세간엔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는다. 제작진은 파일럿 방송에 대한 성원에 힘입어 ‘싸인’을 정규편성하며 채널A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국내 페이크다큐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떨친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의 김완진PD를 제작에 투입하는 등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류승수는 정규편성된 ‘싸인’에서 지난 파일럿 방송과는 달리 형사나 사설탐정의 느낌을 살려 VCR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류승수에 대해 “100점 만점에 180점을 주고 싶다”고 말 할 정도로 그의 진행 능력과 ‘싸인’의 얼굴이 된 것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 지난해 SBS 드라마 ‘추적자-the chaser’에서 검사 역할을 맡으며 정의롭고 강직한 이미지가 더해진 그에게 ‘싸인’은 제법 잘 어울리는 옷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그를 만나 ‘싸인’에 대해 들었다.

- 모큐드라마라는 장르가 신선하다.
“진행하면서 나도 헷갈릴 때가 많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도 ‘진짜냐 가짜냐’인데, 진짜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가짜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그래서 난 본인의 판단에 맡긴다고 말한다. 혹시나 진실이 왜곡 되는 건 아닐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재구성했다는 걸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 싶더라. 새로운 장르를 하면서 약간의 두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모큐드라마의 선구자라는 점은 보람이다.”
- 여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차별화를 이룬다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는 김상중 선배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싸인’ MC를 맡은 것과 관련해 선배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 하기도 했는데, 김상중 선배와는 차별화된 진행자로 남고 싶다. 진행자라는 느낌 보다는 나만의 드라마를 가지고 싶다. 그래서 진행자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 하고 있다. 회가 거듭될수록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 파일럿 방송 때와 정규 편성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
“파일럿 방송분을 보니까 힘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 감정이 많이 개입됐던 것 같다. 중립적 입장에 서야한다는 걸 모니터 하면서 알게 됐다.”
- 최근 들어 진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반응은 그저 그랬다. 그러다 드라마 ‘추적자’에서 포스 있는 연기를 하면서 반응이 생겼고 이후 단막극 ‘시리우스’를 하면서 조직 보스 역할, 즉 악역을 했는데 호응이 좋더라.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네 안에 악마가 있다. 새로운 너를 발견해라’ 라고 말해주시기도 했다(웃음). 내 생각엔 그 전에는 들어오는 역할이 한정돼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촬영하면서 웃고 장난치는 걸 좋아해서 이미지가 그랬던 것 같다. 새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는 조직보스로 출연하는 데 이 쪽으로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진 않았으면 싶다.”
“시사프로 진행을 맡긴다는 건 배우에 대한 신뢰도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받았다는 게 뿌듯하고 좋다. 앞으로 코미디뿐만 아니라 악역도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 개인적으로 이미지를 떠나서 좋은 선배이자 후배, 신뢰 가는 배우로 자리 잡고 싶다.”
- ‘싸인’ MC를 하면서 연기적인 면에서 도움 받은 게 있을까?
“내가 참 발음이 안 좋은 배우였더라.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쌍시옷, 쌍기역 발음 할 때 사투리가 섞여 나온다. 그런데 그걸 내레이션을 하면서 고치고 있다. 내레이션 하면서 배우로서의 기본기인 화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 어느새 40대가 됐다.
“남자배우가 꽃피는 나이가 마흔인데, 동시에 가장 위험한 때이기도 하다. 촬영장에 가면 다 나보다 어리고 내가 가장 연장자일 때가 있다. 그럴 때 교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배우는 영원히 을이다. 왜냐하면 선택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이 되려는 순간 을도 안 된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가만 보면 잘 나가던 남자배우들 중에 한 번씩 꺾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기가 마흔 즈음이다.”
- 틀에 갇히지 않고 폭넓은 연기를 하는 비결이 있을까?
“잘생겼거나 아예 못생겨야 배우로 러브콜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얼굴이 이도 저도 아니어서 자리 잡기 힘들었다. 뭘 해도 티가 나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이도저도 못하는 얼굴에서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는 얼굴이 됐다. 배우는 길게 봐야 한다. 예전 사진 보면 얼굴이 변한 게 느껴지는 데 그걸 보면서 한순간에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했다. 나만의 매력과 색깔을 찾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고, 지금에서야 내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보다 더 심도 깊고 밀도 있는 연기를 구사할 날이 오겠지 하면서 도전해야 한다.”
- 예전하고는 마음이 바뀐 건가?
“예전에는 무조건 주인공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굳이 아니어도 된다. 큰 돈을 벌지 않아도 내가 행복하면 그게 좋은 거다. 얼마 전 일본 팬미팅을 가서 10여년 만에 윤석호 감독님을 봤다. 밤길을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 했는데 감독님이 톱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위치에서 끊임없이 연기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시더라. 그 말에 공감했다.”
- 평소 일상이 궁금하다
“일 하는 시간을 외에는 무조건 운동을 한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은 하는 게 좋다. 또 ‘황금의 제국’에서 조직 보스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액션신을 소화해야 해서 운동이 필요하다. 조직보스가 살이 하얗고 배가 나오면 안 되지 않겠나. 벗어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몸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남는 시간엔 책을 쓰는 데 할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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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