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밥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만고의 진리였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에서는 밥심으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현(성유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현은 과거 자신을 밥심으로 일으켜 세웠던 경두(유준상 분)의 보살핌을 기억해내고, 그 힘을 다시 한 번 체험하며 마음에 쉼을 얻을 수 있었다.
이현은 이날 아버지 최국(김갑수 분)과 작은아버지 최석(이효정 분) 모두에게 버림 받으며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금전적 혜택을 받고 자신에 대한 친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쓴 것에 대해 아버지는 부인하지 않았고, 작은 아버지는 “가족인 줄 알고 착각한다”며 이현에게 모멸감을 안겼다.

누군가는 앞날을 위해 진실을 잠시 외면하고, 또 다른 이는 죄책감과 자격지심에 막말을 쏟아낸 것이지만 이를 알 리 없는 이현으로서는 하루 동안 두 명의 가족에게 연타로 얻어 맞으며 영혼에 스크래치가 나버린 상황.
이때 위력을 발휘한 게 바로 밥심이다. 경두는 “마음이 사나워지면 언제든 밥을 먹자고 하라”며 이현의 텅빈 속을 채워줬고, 그 순간 잃어버렸던 이현의 과거 기억도 되살아나며 거짓말처럼 치유가 이뤄졌다. 임신했을 무렵 경두와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으며 “절대로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날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 이현에게 있어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경두가 대접한 한끼의 식사는 안정이라는 본능적 요구를 충족시키며 얼어붙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기적 같은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출생의 비밀’에서 경두라는 인물은 여성이 아님에도 모성을 간직한 캐릭터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친구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뒤 예가그룹에서도 내쳐진 이현이 천신만고 끝에 찾은 위로와 안식을 얻는 대상이자, 무엇보다 식사를 통해 밥심을 깨닫게 하는 어머니와 다름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지지를 그치지 않고, 기다림을 전제하는 경두의 모습은 여섯 살 난 딸 해듬(갈소원 분)의 아버지라는 것 외에도 이현에게 역시 부모와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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