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했던 SK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 당시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도 약해지고 있다. 당시 영웅들을 기억하는 팬들의 아쉬움도 진하다.
‘벌떼야구’로 상징되는 강력한 마운드를 앞세워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는 올 시즌 중·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격도 문제지만 탄탄했던 불펜이 무너진 것이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펜이 약해졌다는 것은 고비를 넘기는 힘이 약해졌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팀이 승부처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불펜 운영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불펜 전력의 약화다. 이재영 전유수 임경완 진해수 박희수 등으로 이뤄진 불펜은 타 팀에 비해 강한 전력이라고 할 수 없다. 자연히 예전의 향수를 더듬는 팬들이 많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미 팀을 떠났거나 아파서 전력에 가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 차례의 우승 당시 팀 불펜의 주축을 이뤘던 선수들은 현재 1군 엔트리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선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들이 있다. ‘여왕벌’로 불렸던 핵심 정대현은 2012년 롯데로 이적했다. 왼손 릴리프로 활약했던 이승호(20)는 롯데를 거쳐 현재 NC에서 뛰고 있다. 선발과 중간을 오고가며 맹활약했던 송은범 또한 지난 5월 KIA와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났다.
좌완 전력의 핵심이었던 정우람은 지난해까지 뛴 뒤 올해 입대했다. 고효준도 2011년 시즌 후 왼 팔꿈치 뼛조각 및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지난해 입대했다. 믿을 만한 왼손 불펜 요원이 없어 고민 중인 팀 사정을 감안하면 아쉬운 이름들이다.
남아 있는 선수들도 많지만 예전만한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차적인 원인은 부상 경력이다. 각각 1~2차례 부상 및 수술로 공백기가 있었고 좀처럼 예전의 모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역전의 용사들이지만 당시 얻은 영광의 상처를 깔끔하게 치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2009년 말 팔꿈치 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채병룡은 재활을 거쳐 지난해 말 팀에 복귀했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00이다. 윤길현 역시 2010년 팔꿈치 수술만 두 차례 받았다. 악몽을 씻고자 겨우 내내 열심히 몸을 만들었으나 이만수 SK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하고 현재 2군에 있다. 두 선수의 부활이 절실한 SK로서는 답답한 나날이다.
그나마 실전에서 던지고 있는 두 선수는 사정이 낫다. 엄정욱은 2011년 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중반 복귀해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뒤 다시 어깨에 문제가 생겨 재활 중이고 아직까지 실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승호(37)도 어깨가 좋지 않아 복귀가 늦어지고 있고 2011년 왼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은 전병두는 올 시즌도 복귀가 어려워 예비전력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벌떼야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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