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최정(26)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그만큼 최정이 잘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어찌 보면 ‘최정만’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후자에 대한 SK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정은 올 시즌 자신의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5일까지 50경기에 나가 타율 3할5푼8리, 64안타, 16홈런, 46타점, 40득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무려 6할9푼3리에 달하고 장타율과 출루율의 합인 OPS는 1.168의 어마어마한 수치를 찍고 있다. 타율·홈런·출루율·장타율은 리그 선두이며 득점·타점·최다안타도 1위와 큰 차이는 아니다. 2010년 타격 7관왕을 휩쓴 이대호(당시 롯데) 이후 가장 많은 타이틀을 거머쥘 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런 최정을 보유한 SK 타선에 힘이 없다. 최정의 앞뒤를 받쳐야 할 선수들이 부진한 까닭이다. SK는 올 시즌 2할5푼9리의 팀 타율에 그치고 있다. 리그 8위다. 득점권에서도 7위(.260), 하위타선 타율(.220)은 리그 최하위다.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홈런(46개)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표에서는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최정의 맹활약도 빛이 바래고 있다.

15일 광주 KIA전은 ‘최정 와이번스’의 한계가 절실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최정은 이날 3회 시즌 16호포를 비롯, 2타수 2안타 3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했다. 하지만 SK는 최정의 홈런과 2회 조인성의 2점 홈런으로 3점을 내는 데 그치며 3-8로 졌다. KIA로부터 10개의 볼넷을 얻으며 활발하게 출루했고 모처럼 기동력까지 과시했으나 고비 때마다 흐름이 끊겼다. 이런 경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나머지 타자들이 자기 몫을 해주지 못하면 ‘최정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단 중심타자들이 좀 더 힘을 낼 필요가 있다. 최근 4번에 배치되고 있는 이재원, 이적 후 장타 부족에 고민하고 있는 김상현, 한동민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팀의 유일한 중장거리 좌타자가 된 박정권이 키를 쥐고 있다. 세 선수가 한결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득점력 향상은 물론 최정에 대한 견제도 덜어줄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희망은 있다. 아직 부상을 당했던 손목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이재원은 서서히 컨디션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팀에서는 7월부터는 정상적인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상현은 타율 자체는 많이 올랐다. 어쩌면 부담을 덜어줄 장타 한 방이 근사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박정권도 언제까지나 현재 타율(.218)에 머물 선수는 아니다. 바닥을 친 만큼 올라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7월부터는 부상으로 빠졌던 이명기와 한동민도 복귀가 가능하다. 또 다른 활력소다. 두 선수의 가세는 김강민 박진만 조동화 등 최근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의 활용폭을 넓히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최정 하나로 야구를 할 수는 없다. SK의 나머지 선수들의 방망이가 ‘최정 와이번스’라는 오명을 지워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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