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이닝 완투를 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 하나를 던지고도 승리를 챙길 수 있는 게 야구다. 선발로 따지면 5이닝을 간신히 채워도 동료들의 지원만 있으면 승수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LA 다저스의 사정은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올 시즌 다저스는 들쭉날쭉한 타선과 불펜의 잦은 난조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처져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클레이튼 커쇼(25), 잭 그레인키(30), 류현진(26)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5일(한국시간) 현재 다저스는 세 선수가 나서지 않은 경기에서 7승24패(.226)을 기록 중이다. 세 선수가 나온 경기에서는 21승14패(.600)로 성적이 껑충 뛴다.
그러나 세 선수도 쉽게 쉽게 승리를 따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저스의 불안한 불펜 상황과 저조한 득점 지원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잘 던져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실제 세 선수의 승수를 분석해보면 실감이 난다. 흔히 선발투수의 1차 목표로 불리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는 승리를 거두기 쉽지 않았다.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는 커쇼는 올 시즌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가장 적은 이닝소화가 7이닝이었다. 나머지 경기는 모두 8이닝 이상이었고 여기에는 두 차례의 완투가 포함되어 있다. 류현진(6승)도 6이닝 승리가 두 차례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6이닝 이상이었다. 그나마 5월 이후에는 6이닝 승리가 한 번도 없다. 그레인키가 5월 16일 워싱턴전에서 5⅓이닝만을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을 안았을 뿐이다.
반대로 7이닝 이상을 던지며 3자책점 아래로 막은 경우(QS+)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커쇼는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경기 중 5경기에서나 QS+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 중 하나다. 류현진도 4월 26일 뉴욕 메츠전과 6월 8일 애틀랜타전에서 QS+를 기록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레인키 또한 직전 경기였던 6월 12일 ‘논란의’ 애리조나전에서 7이닝 2실점했으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펜은 트레이드가 아닌 이상 개선 방법이 없다. 간판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타선도 상대 에이스급 선수들을 만나야 하는 만큼 아주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결국 선발투수들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안정적으로 소화해야 승리라는 열매를 딸 수 있다. 컨디션 조절은 물론 투구수 관리에도 적잖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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