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1위 바티스타, 그에게 필요한 건 휴식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16 07: 23

139km, 137km. 한화 광속구 투수 데니 바티스타(33)의 구속이 이상했다. 평소 150km 중반대의 직구를 던지는 바티스타는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줄곧 130km 후반~140km 초반 직구를 던졌다. 정상 컨디션일 때의 슬라이더 구속밖에 안 나왔다. 롯데 타자들을 상대하던 바티스타는 힘껏 공을 던졌지만 팔은 시즌 초반보다 많이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바티스타의 강점은 빠른 구속과 구위다. 직구-슬라이더-커브 조합으로 타자들을 상대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체인지업 장착에 몰두했지만 구속이 너무 많이 나와서 포기했다. 속도가 빠른 체인지업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랬던 바티스타였지만 개막 2개월 만에 구속이 15km나 줄어버렸다. 14일 경기에서 바티스타는 5이닝동안 안타 7개를 맞으면서 5실점(4자책점)만을 기록했다.
다음 날인 15일 경기를 앞두고 바티스타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친 바티스타는 본인이 먼저 1군 말소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팀을 위한 희생정신은 누구 못지않았던 바티스타였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송진우 투수코치와 상의를 한 끝에 바티스타는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바티스타는 올해 가장 많은 공을 던진 투수다. 14경기에 등판한 바티스타는 5승 5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하고 있는데 82이닝을 소화하면서 최다이닝 4위, 1454개의 투구수로 최다투구수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기당 103.9개, 이것이 쌓이다 보니 바티스타의 구속이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바티스타만 일찍 지쳤을까. 한국 프로야구 3년차인 바티스타는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출전을 하고 있었다. 2011년은 온전히 불펜으로만, 2012년은 불펜으로 시작했다가 선발로 전환해 한 시즌을 마쳤다.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기 위해서는 페이스조절이 필요했지만 바티스타는 한 경기당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본인의 제구가 흔들려 투수구가 많았던 이유도 있고, 팀 마운드 사정상 최대한 긴 이닝을 책임졌던 이유도 있다.
바티스타의 선수생활을 통틀어서도 올해와 같이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경험은 처음이다. 2000년 플로리다 말린스에 입단하며 야구계에 발을 들였던 바티스타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던졌던 것이 2008년 60⅓이닝이 전부였다. 마이너리그를 포함하면 2004년 144⅓이닝을 던진 것이 한 시즌 최다였던 바티스타였기에 지금의 구속 저하는 이해할 만하다.
올해 바티스타는 프로데뷔 이후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류현진이 팀을 떠나면서 구단은 그가 뒤를 이어 에이스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바티스타 역시 구단의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 마운드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며 책임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지금 지쳤다. 바티스타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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