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후유증은 크다…판정의 가치와 소중함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6.16 09: 26

지난 2011년 6월 8일에 일어난 오심이 그해 프로야구판을 바꾼 일이 있었다.
이날 한화는 5-6으로 뒤진 9회초 2사 3루에서 주자 정원석이 홈스틸을 시도했다. 놀란 임찬규는 축발을 떼면서 포수에게 공을 던졌고 정원석은 태그 아웃됐다. 그러나 임찬규의 동작은 명백한 보크였다. 그러나 박근영 구심은 임찬규가 보크를 저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화는 그대로 5-6으로 패했다.
구심 포함 4심은 이 오심으로 모두 9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10월 들어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했으니 전체 프로야구 최종 순위였다. 한화와 LG는 똑같이 59승2무72패를 기록해 공동 6위가 됐다. 두 팀의 맞대결 한 경기를 한화가 제대로 가져갔다면 한화는 단독 6위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경기는 물론 한 팀의 시즌 전체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오심이 또 일어났다. 지난 15일 잠실 LG-넥센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5회말 2사 만루. 박용택의 타구를 잡은 3루수가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에게 공을 던졌으나 2루심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슬로우비디로로 보면 명백한 아웃.
이 오심으로 끝나지 못한 이닝은 결국 LG가 흔들린 넥센 선발 나이트를 상대로 8점을 내고서야 끝났다. 한 번의 오심이 무슨 문제일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최근 3번의 선수 징계와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 시즌 최다 5연패에 빠져 있던 넥센의 상황을 생각하면 재기(再起) 의욕조차 꺾을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맞대결로 2위 넥센과 3위 LG의 승차는 1.5경기차까지 좁혀졌다. 이 오심이 앞으로 넥센의 남은 시즌, 프로야구의 남은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에서 모두 심판을 봤던 박근영 심판은 15일 경기로 자체 2군행 징계를 받았으나 시즌은 이어지고 성적은 계속해서 남는다.
심판은 판정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오심 하나가  프로야구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이다. 이날 잊혀져 버린 리즈의 완봉승과 이병규의 만루홈런, 그리고 상처받은 넥센의 마음은 누가 어떻게 변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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