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만 남았다. LG가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NC와의 창원 주중 3연전까지 가져간다면, 지난 5월 21일부터 모든 구단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두게 된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최배달이 전국의 강자들을 돌아가면서 제압한 ‘도장깨기’의 프로야구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 동안 LG의 야구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신구조화 속에 투타의 정박자가 이뤄지면서 신나게 승을 쌓았다. 5월 21일 15승 21패로 5할 승률 -6으로 7위였던 성적이 6월 16일 33승 25패로 5할 승률 +8, 2위와 0.5경기차에 불과한 3위가 됐다. 1990년대 프로야구를 휩쓸었던 LG 특유의 신바람이 10여년 만에 강하게 불고 있다.
무엇보다 넥센과의 지난 주말 3연전을 스윕한 게 컸다. 비록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오심으로 얼룩졌지만, LG는 14일과 16일 넥센에 1점차 승리를 거두며 지난 2년 동안 악몽처럼 따라다녔던 넥센 공포증에서 탈출했다. 매번 넥센만 만나면 경기가 꼬이며 고개를 숙였었는데 이번에는 넥센에 최근 상승세가 진짜 실력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 상대전적도 4승 4패가 되면서, 다음 맞대결에선 상대전적 우위도 노릴 수 있게 됐고 넥센이 위치한 2위 자리도 넘보고 있다.

앞으로 만나는 NC 또한 넥센 만큼이나 LG에 굴욕을 남긴 팀이다. LG는 지난 4월 11일 잠실구장에서 NC에 패했고 이로 인해 NC는 8경기 만에 프로 통산 첫 승을 이뤘다. 문제는 NC와의 다음 시리즈였다.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마산구장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LG는 NC에 스윕당했다. 12승 12패로 승률은 딱 5할이 됐고 다음 주말 3연전에선 5할 승률이 붕괴됐다. 막내에게 완벽히 대인 여파는 약 20일 동안 이어졌는데 당시만 해도 LG는 올 시즌을 조기에 종료하는 듯했다.
물론 NC에 힘없이 무너졌던 LG와 지금의 LG는 성적만큼이나 천지차이다. 그때만 해도 타선이 심각한 응집력 부족에 시달렸지만 최근 LG 타선은 무시무시하다. 3할 타자만 6명인 가운데 지난 경기서 정성훈과 이진영이 6, 7번 타순에 자리할 정도로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등 신진세력이 팀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팀 배팅, 작전수행 능력이 일취월장했고 흐름을 한 번에 가져오는 장타도 꾸준히 터진다. 어느덧 1번 타순부터 9번 타순까지 방심할 수 없는 공포의 타선이 만들어졌다.
시즌 개막부터 꾸준했던 마운드는 류제국의 선발진 합류와 레다메스 리즈의 에이스 본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9개 구단 최저 평균자책점(3.58)을 찍고 있다. 수비 또한 유격수 오지환이 내야진의 중심을 잡고 포수 윤요섭 외야수 정의윤도 발전하며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그러면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4명의 야수들 모두 주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주축 선수가 5, 6명에 불과했던 지난 몇 년의 LG와는 확실히 다르다.
거침없는 상승세만큼이나 선수들도 자신감이 넘친다. 실제로 많은 LG 선수들이 이번 3연전이 NC에 설욕할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벼르고 있다. 위닝시리즈에 성공하면 2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넥센전에서 보였던 승리를 향한 진념이 NC전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올 시즌 일정이 발표됐을 당시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5월 17일부터 6월 23일까지의 33경기·11번의 3연전이 최대 고비라 봤다. 그러나 LG는 가장 힘든 시기에 저력을 발휘하며 치솟고 있다. 33경기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LG는 도장깨기에 방점을 찍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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