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의 호투 여부는 경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강한 불펜진을 구축해 승리 방정식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단 선발투수 대결부터 승리해야한다. 안정된 선발로테이션은 페넌트레이스에서 호성적을 내는 보증수표라 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팀들이 강한 선발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즌 도중 선발진에 변화를 주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LG 또한 그랬다. LG가 지난 10년 동안 고전한 이유도 선발진에 있었다. 2011시즌 정도를 제외하면 선발진이 매번 붕괴됐다. 외국인 투수 영입도 실패했고 에이스 투수 한두 명에게 심하게 의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의 절대과제 역시 이 부분에 있었다. 지난 시즌 무려 11명의 선발투수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 두 외국인투수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감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0시즌부터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김광삼까지 팔꿈치 수술로 일찍이 시즌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2012시즌 후반기에만 5승을 올린 신재웅도 무릎 수술로 개막전 1군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탄탄해진 불펜진에 비해 선발진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2013시즌의 반환점을 앞둔 가운데, 반전은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과 신정락의 손에서 일어나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진 후보로 낙점된 이들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순항 중이다. 우규민은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66⅓이닝을 소화 5승 3패 평균자책점 3.93을, 신정락은 선발투수로 10경기 58⅓이닝을 던지며 3승 4패 평균자책점 3.70을 찍고 있다. 풀타임 선발투수 경험이 전무한 둘이 LG 선발야구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닝소화에 있어선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마운드 위에서 투구 내용은 베테랑 선발투수 못지않다. 둘 다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부문 1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선발투수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에서 신정락이 1.20으로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공동 4위, 우규민이 1.28로 10위에 자리 중이다. 원인은 극도로 적은 볼넷 갯수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규민이 경기당 볼넷 1.76으로 선발투수 중 2위, 신정락은 2.47로 5위에 있다. 막강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력은 물론,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며 타자와의 대결을 주도한 효과다.
둘은 최근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몫을 다했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신정락은 원래 전날 선발 등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등판일이 하루 연기됐는데 신정락에게 선발 등판일이 밀린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신정락은 당시를 돌아보며 “모든 것을 12일에 맞췄기 때문에 12일에는 컨디션이 좋았고 자신도 있었다. 근데 12일 경기가 취소되고 13일 마운드에 오르니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정말 던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정락은 이날 5이닝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압도, 선발승을 올렸다.
우규민 또한 최근 심한 감기몸살 속에서 3번의 선발 등판을 치렀다. 비록 3경기 모두 5이닝만 투구했지만 마운드에 있는 동안 팀의 리드를 지키며 3승을 올렸다. 특히 지난주에는 11일과 16일, 일주일에 두 차례 선발 등판을 감행하는 투혼을 보였다. 우규민은 16일 승리 후 “5이닝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며 “동료들의 공수 도움 덕분에 승리투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진에 사이드암투수 두 명이 있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어쨌든 둘은 올 시즌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막강한 존재들이다. 둘의 목표 역시 지금의 모습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 둘만이 할 수 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고 주고받는다. 신정락은 “규민이형과 서로 투구 밸런스를 봐준다. 선발 등판 때 1, 2이닝이 지날 때마다 밸런스가 어떤지 체크해주는 데 아무래도 같은 사이드암 투수니까 서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규민이형과 시즌 끝까지 선발진에서 살아남자고 약속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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