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광주 원정에서 고개를 숙였다. 연패 앞에 붙은 숫자만 늘어났다. 하지만 아예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주축 선수들의 타격감 상승을 확인했다는 것은 한가닥 위안이었다.
SK는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선발 김광현의 4이닝 6실점 난조 속에 7-9로 졌다.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또 하나의 선발 자원 윤희상도 2이닝 2피홈런 3실점으로 기대만큼의 몫을 하지는 못했다. 선발 요원 둘을 쏟아 붓고도 패했으니 SK로서는 두 배의 타격일 법하다. 이로써 SK는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4연패에 빠졌다. 6위 두산과의 승차도 3경기로 벌어졌다.
하지만 위안은 있었다. 박정권(32)의 홈런쇼와 김강민(31)의 맹활약이었다. 박정권은 이날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으로 오래간만에 장타력을 뽐냈다. 특히 2개의 홈런을 치며 팀의 추격전을 이끌었다. 5회에는 김진우를 상대로 2점 홈런을, 7회에는 송은범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쳤다. 타구의 질도 좋았다. 5회에는 김진우의 변화구를 걷어 올렸고 7회에는 송은범의 직구를 밀어 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김강민의 활약도 빼어났다. 7번 타순에 위치한 김강민은 5타수 4안타를 치며 분전했다.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다. 타격 부진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이후 완연히 살아나는 방망이의 정점을 찍었다. 한편 광주 2연전에서는 여전히 믿음직한 수비력을 보여줬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의미가 큰 상승세다. SK 부동의 주전이었던 두 선수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전지훈련 때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아 고민했던 박정권의 4월 타율은 2할2푼2리에 불과했다. 부상으로 전지훈련을 건너 뛴 김강민은 더 심했다. 9경기에서 4푼8리에 그쳤다. 결국 타격 부진으로 2군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을 기점으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니 6월 들어서는 예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박정권은 6월 1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이 눈에 띈다. 김강민은 리그를 통틀어서도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는 사나이다. 6월 11경기 타율이 3할8푼1리에 달한다.
앞으로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박정권은 들쭉날쭉한 출장 기회에 애를 먹었다.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결장하는 경기가 많다보니 타격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김강민도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해 타격감을 잃어버린 것이 초반 부진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출전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자신의 흐름을 찾고 있다. 침체에 빠진 SK 타선의 두 줄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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