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논란’ 비디오 판독, 쟁점과 전망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17 09: 31

프로야구판을 들썩이게 한 하나의 대형 오심에 또 한 번 비디오 판독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실제 시행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팬들의 공분을 살 만한 대형 오심이 터져 나와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말 2사 만루 상황이었다. 박용택의 타구를 김민성이 잡아 2루로 송구했고 서건창이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이닝이 마무리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영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명확한 오심이었다.
아웃·세이프 판정은 고난이도에 속한다. 말 그대로 순간을 잡아야 한다. 느린 그림으로 뚫어지게 쳐다봐도 판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를 인간이 매번 정확히 잡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심이 비일비재하게 나온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비교적 여유 있는 상황이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었다. 결국 이닝을 끝내지 못한 넥센은 5회에만 8점을 내주며 경기에서 졌다. 온갖 비난이 폭주한 것은 당연했다.

일단 판정은 내려졌고 경기는 끝났다. 넥센의 1패를 지울 수는 없다. 심판위원회 차원에서의 징계도 내려졌다. 박근영 심판위원은 16일 2군으로 내려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팬들은 ‘심판 교육 강화’라는 말에 더 이상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비디오 판독 확대다. 현재 홈런·파울 여부에만 한정되어 있는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아웃·세이프로 넓히자는 것이다.
심판의 권위가 훼손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정확성이 생명인 심판들도 애매한 상황에서는 비디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비디오 판독 자체도 인간(심판)이 하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확대 자체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인간 한계의 보완이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냐”라는 해묵은 논란을 둘째치더라도 제도 마련과 제반시설 확충, 그리고 전체 야구계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선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놓고 합의가 필요하다. 야구계에서는 “계속 확대되면 언젠가는 스트라이크존도 기계가 판정하게 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뚜렷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비디오 판독 확대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라인선상의 파울·페어 판독조차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아웃·세이프 판정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제반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현재 비디오 판독은 각 케이블 방송사의 카메라에 100%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아웃·세이프 판독을 하게 된다면 각 베이스에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방송사들의 협조는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당장 도입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다. 우리보다 훨씬 더 카메라가 많은 MLB 역시 “구장별로 카메라 위치와 각도가 다르다”라는 반대에 직면해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비디오 판독이 너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경기의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된다. 어필과 이에 대한 수용, 그리고 판독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기다리는 팬들도 생각해야 하고 그라운드에 덩그러니 남겨질 선수들의 컨디션도 생각해야 한다. 한 경기에 팀당 한 번씩만 기회를 준다고 쳐도 경기 운영에 부담이 된다. 한 번씩 주어진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벤치는 없다. 밑져야 본전인 이상 애매해도 요청이다. 이에 대한 페널티 방안도 마땅치 않다.
악용하는 사례도 생각해야 한다. 경기당 1번씩의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는 프로배구의 경우는 상대 흐름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구단 관계자들이 화면을 보고 덕아웃에 신호를 보내는 불법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심판의 권위가 완전히 추락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기준 이하의 판정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선수들이 심판 대신 비디오만 쳐다보고 있는 것 또한 곤란한 일이다.
비디오 판독 확대는 이번 오심을 타고 ‘대세’처럼 확산되고 있다. 향후 확대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야구는 물론 축구·테니스 등 타 종목에서도 오심은 전자장비 확대의 기폭제가 되곤 했다. 하지만 졸속 도입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왕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한 판이 마련됐으니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때다. 여론에 떠밀리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견고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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