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담당 PD가 바뀌고 새 멤버 유해진이 합류한 후부터 연달아 게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이젠 멤버들보다도 객(客)들이 두 다리를 쭉 뻗는 모양새다. 주객전도다. 카메라는 오랜 멤버들의 살가운 모습보다 어렵게 모신(?) 게스트들의 '쓸 만한' 순간을 포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벌써 2달째 게스트를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방송된 '낭만 배낭여행' 편에는 배우 최강희와 가수 이문세가, 이달 초에 방송된 '식객 특집' 편에는 소녀시대 윤아와 허영만 화백이 등장해 함께 여행을 한데 이어 16일 방송된 '복불복 대축제' 편에는 걸그룹 포미닛이 오프닝을 장식했다. 이전의 '1박2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게스트 릴레이다. 오히려 예전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깜짝 게스트를 고대하고 사연을 올려도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젠 PD가 바뀌고 작가가 바뀌고, 멤버들도 여럿 달라졌으니 게스트가 들고 나는 이 상황도 변화요, 쇄신이라 봐야 하는 걸까.
'1박2일'이 경쟁 프로그램마냥 태생적으로 게스트를 데려다 매회 다른 그림을 그리고 홍보성 꼭지에도 분량을 할애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문제가 없겠다. 그러나 '1박2일'은 분명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비롯한 여타의 리얼 버라이어티들과 달리 식구들끼리 형제들끼리만 함께 한다는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한지 오래다. 물론 지난 2007년 여름부터 이제껏 방송해오면서 한해 한두 번 씩은 특집의 형태로 게스트들이 참여하는 여행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매번 콘셉트가 확실했고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 그 횟수도 적었기 때문에 특집의 효과는 대단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를 '1박2일'에서 만난다는 건, 오랜 시청자들에게도 늘 설렘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1박2일'이 게스트를 들이는 형태는 과거의 방식이나 의도와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특히나 타이밍상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MBC '일밤'에 밀려 동시간대 꼴찌까지 내려앉은 '해피선데이'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1박2일'의 게스트 릴레이는 결국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꼼수 혹은 전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 "게스트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던 나영석, 이명한 등 전임 PD들의 프라이드와 고집, 그래서 구축된 '1박2일'만의 아성은 분명 무너졌다. 이젠 게스트'라도' 있어야 그림이 나오고 시청률에도 탄력이 붙을까 기대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요즘의 '1박2일'은 시청하는 내내 지루함과 고단함을 가져다준다. 특히나 이런 증상은 '1박2일'의 오랜 팬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SNS에는 변질된 '1박2일'의 모습을 탓하거나 안쓰러워하는 마니아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멤버들끼리 편을 가르거나 똘똘 뭉치는 구도만으로도 수백 번의 여행을 소화했던 이들이 이제는 게스트에 기대 신선한 재미를 좇는 인상이 역력하다는 것. 식구들끼리만 있어도 익숙한 듯 친숙한 듯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현듯 만들어지는 반전과 묘미의 순간을 그리며 장수해온 '1박2일'은 분명 변했다. 의도일까 타협일까 그 의중을 꿰뚫을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게스트를 이용한 노림수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비단 소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제작진이 선택한 이 방안은 오랜 '1박2일' 팬들일수록 더더욱 신선이나 파격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니아들과 '1박2일'의 주시청자들인 중장년 어르신들에 대한 배신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아니란 사실은 떨어진 시청률이 말해준다. 홍보성 게스트가 없어도, 예쁘거나 잘 생긴 연예인이 안 나와도 고정 멤버들과 70명 스태프의 대결이라는 희한한 대결 구도로도 충분히 재미를 줬던 때가 있었다. 이젠 '우리들끼리 해먹자'는 안 통한단 얘긴가. 그래서 남들처럼, 남의 손을 빌려 코를 풀어야 하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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