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출장정지 중 4경기가 소진되었다. 그동안 그는 1군 엔트리에 잔류해 있었다. 선수 장래를 봤을 때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 투수 엔트리 하나의 공백을 안고 남은 4경기를 치러야 한다. 출장정지 4경기가 남은 우완 윤명준(24)을 품은 두산 베어스의 남은 롯데전 3경기, 한화전 1경기가 중요한 이유다.
최근 휴식기를 가진 두산은 지난 12~13일 잠실 SK전을 승리하며 2연승 중이다. 그리고 18일부터 23일까지 안방 잠실에서 롯데 3연전, 한화 3연전을 준비 중. 그 와중에서 출장정지 조치를 받았던 윤명준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윤명준은 지난 5월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팀이 4-12로 뒤진 5회초 유한준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경고를 받은 뒤 김민성을 다시 맞혀 퇴장당했다. 강정호의 3루 도루 후 촉발된 일로 이는 벤치 클리어링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튿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몸에 맞는 볼을 던진 윤명준에게 대회요강 벌칙내규 제4항에 의거, 제재금 200만원과 출장정지 8경기의 제재 조치를 가했다.

그로 인해 윤명준은 퓨처스리그에서도 8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뒤 지난 9일 대구 삼성 원정 3차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오른 바 있다. 투수 엔트리 한 명의 공백을 감수한, 어떻게보면 팀에게도 징계가 주어진 것인데 두산은 일단 윤명준을 품고 지난 4경기를 치렀다. 그 사이 윤명준은 출장 없이 8경기 출장 정지 중 4경기를 소진했다. 2년차 투수의 올 시즌과 앞으로의 장래를 생각했을 때 다행인 일. 그러나 팀을 생각하면 남은 4경기까지 페널티가 이어지는 셈이다. 장마 예보까지 감안하면 시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만큼 선발 투수들의 책임과 김진욱 감독의 투수 용병술도 중요하다. 윤명준은 구사 구종이 많지 않은 편이라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계투 특화로 키워졌던 투수고 실제로 일본 프로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기대치를 높였다. 그래서 출장 정지 해제 후에도 선발로 뛰기보다는 계투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따라서 선발 투수들이 보다 오래 버텨줘도 계투진에서 엔트리 하나의 공백을 감수하고 남은 4경기를 치러야 한다.
일단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이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된 선발진은 구색이 갖춰졌다. 선발진이 5이닝 이상을 버텨준다는 전제 하에서 계투진도 오현택-정재훈에서 마무리 홍상삼으로 이어지는 노선이 구축되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윤명준 없는 4경기도 무리없이 치를 수 있다는 답안이 나오지만 야구는 쉽지 않다. 오현택은 풀타임 시즌 경험이 아직 없고 정재훈은 어깨 부상 전력이 있으며 홍상삼도 초보 마무리다.
그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김 감독의 투수 용병 책략이다. 지난해 선발진의 힘이 붙으며 김 감독의 투수 운용 전략에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야구 관계자들의 저평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지레 포기하는 경기는 물론 5월 8일 문학 SK전서 10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끝내기 패배한 전례도 있다.
게다가 윤명준도 1군에서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아직 9경기 1패 평균자책점 14.90에 불과한 투수다. 검증되지 않은 투수를 1군 엔트리에 안고 간다는 부담 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수진 운용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들어 팬들의 거센 비난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김 감독에게는 남은 4경기가 감독으로서 또 한 번의 시험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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