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도발' 없었던 공식 기자회견, 왜?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6.17 19: 55

"유종의 미 거두겠다(최강희)", "축구를 즐기자(카를로스 케이로스)."
생각보다 온화하게 끝난 기자회견이었다. 한국과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 및 선수대표는 1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한국-이란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각의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과 이란 양국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경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양국 감독들의 '썰전' 때문이었다. 또 어떤 흥미진진한 입담 대결이 펼쳐질지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장외설전의 발단은 지난 11일 열린 우즈베키스탄전 공식 기자회견이다. 당시 최 감독은 "이란에서 받았던 푸대접과 경기 중의 좋지 않은 상황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란전 설욕을 다짐한 바 있다.
이 기자회견 내용이 이란에 전해지면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대표팀 감독의 '입'에 불을 붙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에 오기 직전 "최강희 한국 감독은 이란에 모욕을 줬다. 한국에 도착하면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사서 최강희 감독에게 주겠다. 그걸 입을 용기가 있길 바란다"고 도발에 나섰다.
물론 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 감독은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집에서 TV로 편안하게 보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에 이란 언론은 최강희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사과를 종용하고 있고, 케이로스 감독은 "이 경기에 내 인생과 최강희 감독의 인생을 걸겠다. 최 감독은 이 전쟁에서 질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도발에 나섰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양국 감독의 입싸움은 장외 설전으로 경기의 흥미를 더했다. 자연히 이들의 입담 대결의 하이라이트가 될 공식 기자회견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렇다할 설전도 도발도 없었다. 특히 케이로스 감독과 자바드 네쿠남은 이란 취재진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조심스럽게 답하며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감시 때문으로 보인다. 공식 기자회견 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언론의 협조를 요청했다. FIFA가 최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의 설전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지나치게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비하하는 일이 없도록 지시사항이 내려왔다는 것. 양국 감독에게도 협조를 부탁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결국 채 풀지못한 설전의 승패는 경기장에서 가리게 됐다. 한국이 과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고 설전으로 지친 이란과의 경쟁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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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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