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1, 레버쿠젠)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자바드 네쿠남(33, 에스테그랄)을 넘어 아시아 넘버 원의 자리를 향해 또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이란과 경기를 갖는다. 현재 4승 2무 1패, 승점 14점으로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날 경기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를 홈으로 불러들여 치르는 승부지만 언제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던 최강희호로서는 이번 경기서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고 본선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해 국민들의 믿음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이란에 압승을 거두고 아시아의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특명이 걸린 셈이다.

다른 동기도 있다. 최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의 장외설전 계기가 되기도 했던 "이란이 조금 더 밉다"는 발언의 기저에 깔린 불편한 관계다. 지난 10월 한국은 이란 원정을 떠나 여러 가지로 고생을 하고 돌아왔다. 최강희호 출범 이후 첫 패배를 당했고, 이란의 홈 텃세에 경기 외적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마음 속에 그 때 받은 푸대접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설욕을 다짐하는 이유다.
이란 원정의 아픔을 홈에서 설욕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내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지난 13일 "지난 이란 원정에서 네쿠남은 속공 상황이거나 심판이 안볼 때마다 내 뒷다리를 찼다"며 "네쿠남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이란전 승리에 대한 집념을 불태운 바 있다.
손흥민의 발언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이란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네쿠남을 상대로 강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며 상대를 반드시 꺾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아시아에서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손흥민에게 네쿠남은 반드시 돌파해야 하는 상대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오사수나에서 활약한 네쿠남은 리그에서 26골이나 터트렸을 정도로 공격적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다. 특히 A매치 통산 137경기에 나와 36골을 넣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패스와 수비 가담, 공 소유 능력은 물론 이날 레바논전에서 보여줬듯 헤딩슛과 중거리슛 등 다양한 형태의 득점력까지 겸비했다.
박지성(QPR)과 함께 아시아 최고 선수로 손꼽힌 네쿠남을 상대로, 아시아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한다. 최강희호 유종의 미를 거두는 마지막 경기에서 손흥민이 받은 특명은 그와 팀 모두의 자존심을 건 것이다. '피눈물 선언'에 '나라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화답한 네쿠남을 상대로, 손흥민이 당당히 미소지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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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네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