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투자한 LG 김기태호의 예고된 결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18 06: 08

2011년 12월. 당시 LG는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14년을 함께 한 프랜차이즈 포수 조인성을 비롯해 강타자 이택근, 베테랑 불펜투수 송신영이 모두 타 팀과 FA계약을 맺고 떠났다. 2011시즌 악몽 같은 추락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2012시즌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듯했다.
그나마 LG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 하지만 LG 김기태 신임감독의 선택은 의외였다. 김 감독은 SK에서 우투수 임정우를, 넥센에서 좌투수 윤지웅을, 그리고 한화로부터 포수 나성용을 지명했다. 셋 다 당시 프로 1년차 신인이었다. 팀 성적이 곧 자신의 운명인 감독이 내린 결정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김 감독이 이들은 선택한 이유는 단호했다. 김 감독은 타 팀 20인외 보호선수 명단을 살폈던 순간을 회상하며 "내년 시즌 우리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그 이후에라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보상선수를 지명한 배경을 전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의지는 코칭스태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롯데 타선을 리그 최강으로 만들었던 김무관 타격코치도 그랬다. 김 코치는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맞이했던 2012시즌 스프링캠프 당시 “LG에 와서 보니 좋은 선수들은 베테랑에 편중되어 있었다. 팀이 앞으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선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느꼈다. 1, 2년 반짝 포스트시즌을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언제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안정된 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LG 모든 타자들에게 맞춤형 지도를 했다. 선수 각자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고 선수 한 명 한 명을 팀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 맞춰갔다. 2012시즌을 치르면서 수많은 문제점이 나왔고 매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했다. “LG에서 팀을 처음부터 올리는 일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밝혔던 처음 포부 그대로, LG의 미래를 열기 위해 고심했다. 실제로 김 코치는 2012시즌 내내 정의윤 오지환 이대형 김용의 정주현 윤정우 최영진 등을 붙잡고 특별레슨에 임했다.  
김기태 감독과 2군부터 호흡을 맞춘 차명석 투수코치는 팀의 절대과제로 ‘볼넷감소’와 ‘뒷문강화’를 삼았다. 꾸준히 투수들을 교육했고 그러면서 LG 마운드는 빠르게 변했다. 2011시즌 경기당 볼넷 3.86 불펜진 평균자책점 3.82였던 LG는 2012시즌 경기당 볼넷 3.16 불펜진 평균자책점 3.60으로 8개 구단 중상위권으로 올라갔다. 블론세이브 또한 15개에서 10개로 ⅓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차 코치는 2012시즌 당시 “아직 부족하다. 아직은 우리 팀 마운드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최소 2, 3년은 상위권에 있어야 그 팀 마운드가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바라봤다. 약 10년 만에 팀에 뒷문 불안이 해소됐음에도 여전히 LG 마운드는 리빌딩 중이라는 내부진단이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흘린 인내란 땅방울이 2013시즌 열매로 피어나고 있다. 현재 LG는 33승 25패를 기록 중인데 이는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최고 성적이다. 또한 최근 이어가고 있는 8연속 위닝시리즈도 지난 10년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 고무적인 것은 팀 구성. 올 시즌 LG 선전의 원천은 신구조화다. 타선에 오지환을 비롯해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가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마운드 또한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테이션을 소화 중인 우규민과 신정락이 토종 선발진 불안을 떨쳐내는 중이다. 2011년 12월 팀의 미래로 여긴 임정우도 불펜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아직 올 시즌 LG가 어떤 성적을 남길지는 모른다. 26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 모두 팀에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선수층이 탄탄해졌고 2군에 예비 전력도 있지만, 페넌트레이스 판도는 적어도 8월은 돼야 나온다. 비록 지금 LG보다 밑에 있지만 KIA 롯데 두산 SK가 보여준 지난 몇 년 동안의 저력을 돌아보면,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김기태호가 옳은 방향으로 순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인 꾸준한 강팀이 되기 위해 LG는 베테랑과 신예 선수의 역할 분담, 1군과 2군의 선순환, 군미필·군필 선수의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이택근 보상선수이자 경찰청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윤지웅이 전역하며 시즌 후에는 내야수 박경수도 돌아온다. 김 감독은 지난해 상무소속이었던 문선재의 성장을 살펴봤던 것처럼, 이미 다음 시즌 윤지웅과 박경수의 기용 방안을 그리고 있다.
지금불고 있는 LG의 신바람이 이따금씩 약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바람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2시즌은 준비 단계였다. 김기태호의 진정한 항해는 2013시즌에 막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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