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서도 저러면 안되는데".
KIA 소방수 앤서니 르루를 두고 선동렬 감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소방수로 나서 19세이브(공동 1위)를 기록했다. 팀의 31승 가운데 19승을 책임졌다. 선발투수에서 뒷문지기로 보직을 바꾼 첫 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은 좀 다르다. 방어율 3.86을 기록하고 있고 블론세이브는 3개를 기록했다. 32⅔이닝에서 35안타와 15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피안타율 2할8푼2리,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44에 이른다. 주자를 자주 내보내면서 애간장 세이브를 한다. 매 등판마다 조규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한번씩을 오를 정도이다.

선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깔끔하게 막은 경기가 몇번이 되지 않는다. 시즌중에서도 깔끔하게 막지 못하고 흔들리는데 막상 큰 경기에서는 어떨지 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큰 경기는 포스트시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은 KIA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정한다면 소방수 앤서니에게 뒷문을 맡기기는 쉽지 않다는데 고심이 있다. 물론 지금은 시즌에 전념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겠지만 향후 뒷문진(불펜)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선 감독은 불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선발진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 일단 앤서니가 불안하지만 제몫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발진이 안정되면 나중에 적절한 시점에 불펜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때문에 순위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이 오면 새로운 대안을 구상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앤서니의 애간장 투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안이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결국은 기존 선발진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과연 앤서니가 소방수로 시즌을 완주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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