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결국 신작 '뫼비우스'의 문제가 되는 21컷을 자진 삭제·수정하고 재심의를 넣기로 결정했다.
김기덕 감독은 18일 서한으로 "배급 예정인 9월 개봉을 놓칠 수가 있어 재분류 심사를 포기하고 국내 개봉판은 영등위의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 한 후 재심의를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연출자로서 아쉽지만 메이저 영화가 극장을 장악한 현재 배급시장에서 어렵게 결정된 배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기만을 피가 마르게 기다리는 저를 믿고 연기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며 재분류 신청 기회를 받는 것을 포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제한상영가에 대한 감상적인 항의로 국내개봉을 포기한다해도 이태리방송을 카피해 국내에 불법 다운되어 관람료를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제 영화 '아리랑'처럼 뫼비우스도 그렇게 되면 배우, 스태프들의 지분만 잃게 됨으로 삭제를 해서라도 국내개봉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불법복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한국배우와 스태프들과 작업 한 이상 국내 개봉은 어떤 경우도 책임을 저야 함으로 앞으로 문제가 될 장면을 불가피하게 연출해야 하는 영화의 경우에는 외국 프로덕션에서 외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뫼비우스'의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통해 근시적인 두려움을 넘어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함께 깨닫고 싶다"며 다소 격앙된 어투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영등위는 지난 3일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 대해 "영상의 내용 및 표현 기법에 있어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 청소년에게는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영화"라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등급으로 현재 국내에는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극장이 없어 실제로는 개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자란 남자가 속세를 떠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어머니와 아들의 성관계, 아버지가 성기를 자르는 장면 등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김기덕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조재현이 12년 만에 호흡을 맞췄고 서영주, 이은우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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