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서 후반 15분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한국(승점 14, 골득실 +6)은 이날 패배로 조 선두를 이란(승점 16점)에 내주긴 했지만 카타르를 제압한 우즈베키스탄(승점 14, 골득실 +5)에 골득실에 앞서며 조 2위를 확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브라질행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기점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내리 본선행에 성공, 브라질(20회, 2014년 대회 자동 진출 포함),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8회 연속 본선행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더해 통산 본선행 횟수도 9회로 늘렸다.
7차전까지 4승 2무 1패(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2위 이란(승점 13),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1)과 승점 차를 벌어 놓은 덕분에 이란과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조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홈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반면 이란은 한국전서 비길 경우 조 2위 확보가 유력한 만큼 수비라인을 내린 채 수비지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시종일관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전방에 이동국과 김신욱을 배치하고, 좌우 측면에 손흥민과 지동원을 투입했다. 손흥민과 지동원도 소속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던 만큼 공격 성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
하지만 한국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란의 밀집 수비에 막혀 한국은 공격진이 빛을 내지 못했다. 이란은 한국이 이동국과 김신욱의 투입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장신 선수로 기용해 한국의 공격 루트를 모두 차단했다. 그리고 빠른 역습을 통해 공격을 간간히 할 뿐이었다.
이란의 역습은 한국에 통하지 않았다.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명주와 장현수의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공격 차단에 모두 막힌 것. 그러나 한국은 스스로 무너졌다. 수비 조직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비수 개인의 실수였다. 김영권은 후반 15분 뒤로 오는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레자 구차네자드에게 뺏기고 말았다. 결국 구차네자드는 박스까지 돌파해 왼발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선제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공격을 강하게 펼쳤다. 하지만 이란은 더욱 수비를 강화해 동점골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동점에 실패하며 0-1로 패배, 이란에 조 1위 자리를 내줬다. 또한 전북 현대로의 복귀를 선언한 최강희 감독의 마지막 경기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금자탑의 빛이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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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