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위기의 불 껐지만 아쉬움만 남아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6.18 23: 30

최강희 감독이 자신에게 주어졌던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서 후반 15분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한국(승점 14, 골득실 +6)은 이날 패배로 조 선두를 이란(승점 16점)에 내주긴 했지만 카타르를 제압한 우즈베키스탄(승점 14, 골득실 +5)에 골득실에 앞서며 조 2위를 확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브라질행이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기점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내리 본선행에 성공, 브라질(20회, 2014년 대회 자동 진출 포함),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8회 연속 본선행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더해 통산 본선행 횟수도 9회로 늘렸다.
1년 6개월의 시간은 최강희 감독에게는 힘들었던 시간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의 부임 전부터 임기 만료까지 잡음이 너무 많았다. 최강희 감독은 전임 조광래 감독이 3차예선 레바논 원정에서의 1-2 패배로 인해 경질된 후 반 억지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여느 감독과 달리 대표팀 감독직에 욕심이 없던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 때까지'라고 계약 기간에 선을 그어났다. 이 때문에 '시한부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초기부터 이란전까지 따라다녔다.
기간을 정해놓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3차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에 패배할 시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할 수도 있자, 이동국과 김상식 등을 불러 들여 자신과 같은 소방수 역할을 시켰고 성공적으로 3차예선을 통과했다.
최종예선 초반에는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갖춰 3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며, 최강희 감독이 전북에서 펼쳤던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이 대표팀에도 이식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종예선 중반부터 대표팀이 흔들렸다.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원정에서 1무 1패로 부진했고, 두 번의 친선경기도 2연패를 당하며 걱정의 시선을 모았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 3월 카타르와 5차전을 시작으로 다시 상승세로 들어가는 듯 햇지만, 최종전 상대인 이란에 패배해 조 1위를 놓쳤다. 아시아 정상을 다투는 일본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7차전에서 이미 브라질행 티켓을 먼저 따냈고, B조에서도 승점 1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분명 최강희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3차예선 통과와 최종예선 통과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목적 달성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연결하지 못한 탓에 최강희 감독이 완수한 소방수의 역할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은 물론 선수들 모두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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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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