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없다.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가 그리는 숙종(유아인 분)과 장희빈(김태희 분)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장옥정, 사랑에 살다’ 22회에서는 권력의 다툼에서 비롯된 계략과 동요된 민심으로부터 서로를 지키기 위해 눈물겹도록 애쓰는 이순(유아인 분)과 옥정(김태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옥정의 오빠 장희재(고영빈 분)는 서인 측의 계략에 넘어가 회임을 했다고 알려진 최숙원(한승연 분)이 마시는 식혜에 독극물을 타서 올려 바쳤다. 이는 곧 이순의 귀에 들어갔고, 장희재는 벌을 면치 못할 상황에 처했다.

앞서 최숙원은 옥정에게 “중전 마마가 따라갔던 길을 가면 된다”며 이 같은 일에 가담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결국 그는 독극물이 담긴 식혜가 올라올 줄 알면서도 자진해 이를 마셨고, 이는 과거 장옥정이 인현왕후를 내쫓을 때와 같은 수법이었다.
궁지에 올리게 된 장옥정은 하얀 소복을 입고 이순을 찾아갔다. 그는 "때가 된 듯하다. 전하가 제 손을 놔 주실 때다. 소첩을 폐서인에 내쳐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만 하라. 듣고 싶지 않다"는 이순에게 "말씀 드려야 한다. 중전 자리에 올라야 전하를 마음껏 연모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미천한 출신이라 손가락질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중전 자리에만 오르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다. 폐서인 민 씨를 몰아내고, 왕비 자리를 차지하려고, 소첩이 스스로 독약을 먹었다"며 과거 인현왕후(홍수현 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독약을 먹은 사실을 고백했다.
이순의 반응은 놀라웠다. 그는 "그걸 어찌 말하느냐, 어찌 덮어 왔는데"라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장옥정을 사랑하기에 그것을 덮어왔음을 밝혔다.

이후 아직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달빛이 비치는 궁궐에 함께 서서 서로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었다. 장옥정은 "생각해보면 희빈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전하께서 취선당을 주셨고, 우리 윤이도 주셨고"라고 말했고, 이순 역시 "과인도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우리 그때로 돌아갈까"라며 장희빈의 강등을 예고, 암시했다. 결국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은 채 여전히 애틋한 연인의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그려내고 있는 이순과 장옥정은 모습은 종종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새로운 관점의 해석에서 연출되고 있다. 장옥정이 임금 이순의 총애를 받아 희빈에서 중전이 되고, 또 다시 희빈이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이 마치 권력 다툼으로 인해 마지못해 헤어짐을 택할 수밖에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 커플의 사랑 이야기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 물론 장옥정은 사랑 외에도 아들 윤을 지키고자 하는 모성애와 신분에 대한 열등감 등 다른 감정들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순을 향한 사랑이다.
그러다 보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장옥정은 독하지만 완전히 독하지는 않은, 악녀 같아 보이는 성녀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그 밖에 그에 대적하는 모든 인물들, 인현왕후(홍수현 분). 최숙원, 민유중 등은 권력에 눈이 먼 상대적으로 속물적인 인간들처럼, 이순은 권력다툼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진 왕으로 그려진다.
언제나 새로운 선택에는 신선함이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도 분명 그런 종류의 신선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존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모델로 한 드라마인 만큼 그 신선함 못지 않게 그것을 실제 일어난 일처럼 믿게 하는 그럴듯함이 필요하다. 장옥정이 독해 빠진 기존의 악녀들 같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순과 장옥정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권력에만 눈이 물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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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정, 사랑에 살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