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춘향 감독인사, 최강희호 20개월로 충분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6.19 08: 02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위해'라는 명분이 담긴 독이 든 성배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억지춘향으로 받아 들이킬 수밖에 없었던 최강희(54) 감독의 1년 8개월이 씁쓸한 끝을 맞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서 후반 15분 레자 구찬네자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배했다.
한국(승점 14, 골득실 +6)은 이날 패배로 조 선두를 이란(승점 16점)에 내주긴 했지만 카타르를 제압한 우즈베키스탄(승점 14, 골득실 +4)에 골득실에 앞서며 조 2위를 확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은 브라질행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기점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내리 본선행에 성공, 브라질(20회, 2014년 대회 자동 진출 포함),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8회 연속 본선행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지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더해 통산 본선행 횟수도 9회로 늘렸다.
드디어 최 감독과 한국 축구대표팀간에 이어져왔던 1년 8개월 간의 임시 동행이 끝났다. 이제 최 감독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 현대로 복귀할 수 있고, 협회는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대표팀을 이끌 새 감독을 뽑아야 한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홍명보(44)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 홍명보 전 감독은 이른바 '홍명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09년 9월 U20월드컵부터 청소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8강에 이끌었고, 이후 런던올림픽팀까지 구자철, 김보경 등을 발굴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심 선수로 성장시킨 바 있다.
하지만 누구를 감독으로 임명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최 감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 이후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억지춘향식으로 밀어붙이기 인사를 강행한 대한축구협회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최종예선 때까지만'이라는 이상한 조건을 단 시한부 감독이 탄생한 것. 그리고 덕분에,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축구팬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은 최 감독이지만 대표팀에서 난관을 맞아야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본연의 임무인 본선 진출은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 감독도, 대표팀도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포털에는 악플이 넘쳐났고, 팬들은 대표팀의 부진을 최 감독의 무능력으로 연결시켰다. 특히 대표팀 결과가 어찌 되든 최 감독이야 전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고, 최 감독의 뚝심과 스타일이 섞인 기용도 팬들의 아우성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의 대부분은,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떠맡긴 결과는 아닐런지. 시작부터 잘못 꿴 단추는 마지막까지 틀어지는 법이다. 다음 감독 선임을 두고 대한축구협회가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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