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발로서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로테이션 상 상대 에이스와 격돌하더라도 뒤지지 않는 호투를 펼쳤던 내실있는 투수였다. 그런데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타 팀의 선택을 받아 신혼집까지 다 마련한 상태에서 짐을 싸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친정팀의 최고 킬러가 되어 비수를 꽂고 있다. ‘땀승회’ 김승회(32, 롯데 자이언츠)의 두산 베어스 상대 투구는 가히 놀랍다.
김승회는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5-5로 맞선 5회말 2사 2루서 선발 송승준을 구원, 1⅓이닝 퍼펙트투를 펼쳤고 팀의 6회초 대거 6득점까지 지원받아 시즌 2승(3패)째를 거뒀다. 사이드암 이재곤이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차면서 본격적으로 계투 투입되고 있는 김승회는 특히 두산을 상대로 올 시즌 대단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김승회의 소속팀은 두산이었다. 2003년 탐라대를 졸업하고 2차 5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승회는 지난해 팀의 5선발로 나서며 24경기 6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올라간 것도 계투로 나섰을 때 실점이 많았기 때문. 선발로는 기본적인 몫을 꾸준히 했으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2회로 웬만한 팀 3~4선발 못지않았다.

지난해 두산 선발진이 고평가를 받은 데는 각각 12승, 10승을 거둔 노경은-이용찬도 있었으나 후위 선발로서 필요할 때 자기 몫을 한 김승회의 힘도 컸다. 그러나 두산은 젊은 투수를 지키기 위해 FA 홍성흔을 데려온 후 김승회를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기량이 만개하지 않은 야수 유망주가 많았고 시즌 말엽 경찰청 제대 후 곧바로 1군 정식 등록된 민병헌도 보호해야 했다. 당시 두산은 “지킬 선수가 많아 어쩔 수 없이 30대인 김승회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포함시키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당사자의 충격은 컸다. 시즌을 마치고 12월 결혼식을 계획하고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떠났던 김승회는 귀국 직전 소식을 듣고 마음 속 충격을 속으로 삭여야했다. 절친한 동기생 손시헌도 “승회가 신접살림까지 다 구하고 있었는데 부산에 새 집을 또 알아봐야 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손시헌도 당시 롯데의 김승회 보상선수 선택 소식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올 시즌 김승회의 두산전 성적은 5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0. 12이닝을 던지면서 김승회가 옛 동료를 상대로 내준 안타는 단 3개에 불과하다. 상대 피안타율이 8푼3리. 사사구 8개를 내주기는 했으나 그래도 피출루율이 2할2푼2리다. 4월 12일과 1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각각 3이닝 무실점투로 경기를 접전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역전 위기를 막고 타선 지원까지 받으며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홍성흔을 4번 타자로 포진시키며 타선의 파괴력을 키웠다. 그리 실패한 FA 영입은 아니다. 그런데 대신 보낸 김승회가 롯데 계투로 나서며 요긴한 순간 롯데의 힘이 되고 두산의 기세를 꺾고 있다. 더욱이 두산이 전체적인 투수진 난조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부메랑 효과를 내뿜는 중이다. 김승회의 부메랑투는 19일 완패로 씁쓸한 두산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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