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홍명보 선임 조건, 장기적인 관점 필수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6.20 06: 59

홍명보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 만큼 한국 축구 역사의 한 축을 이루는 존재는 없다. 선수로서 4회 연속 월드컵 진출과 월드컵 4강 신화, 그리고 지도자로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 기록은 한국 축구 역사에 전무한 기록이다. 그런 그가 한국 축구를 이끄는 대표팀 사령탑의 유력한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9일 최강희 감독의 사임 의사를 수용했다. 최강희 감독은 1년 6개월 전 부임 당시 밝혔던 것처럼 최종예선 통과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물러났다. 최종전에서 이란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역대 월드컵 진출 기록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는 무난한 과정과 결과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4명의 후보를 추렸다. 그 중 홍명보 감독은 국내 감독 중 가장 유력한 후보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19일 기술위원회를 마친 후 "늦어도 1주일 안에 대표팀 감독이 결정될 것이다"며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4명 정도의 후보를 뽑아났다. 국내 감독 중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도 대표팀 감독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연수를 받기 위해 출국할 때만 해도 홍명보 감독은 최강희 감독의 후임에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홍명보 감독과 교감을 가졌다"면서 대한축구협회가 결정을 한다면 홍명보 감독의 대표탑 사령탑 부임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암시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다고 하더라도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약 1년이다. 길다면 길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는 짧은 시간이다. 1년 동안 내내 선수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이 허락한 기간 동안만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수가 있다.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완전하지 못한 만큼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강희 감독 사임 직후 새로 부임할 감독은 독이 든 성배를 드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면 본전이지만, 조별리그서 탈락할 경우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홍명보 감독에게 2014 월드컵을 넘어 2018 월드컵까지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홍명보 감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 20세 이하(U-20) 청소년 대표팀을 맡았던 홍명보 감독은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8강을 거두고, 2010 아시안게임에서도 감독을 맡아 동메달을 획득했다.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후 선수들은 물론 자신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 결국 2012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성공적인 결과이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공이었다.
어떤 대표팀이라도 흔들릴 수 있다. 세계 최강인 스페인도 장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흔들리기도 한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할 경우, 흔들리는 기간에는 확실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2011년 조광래 감독의 경질 때처럼 순간적인 비난을 못 이기고 내쫓다시피 할 경우에는 큰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할 경우에는 홍명보 감독이 갖고 있는 진가가 나오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이 장기적인 지휘권을 잡게 해줄 지는 미지수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과 2018 월드컵까지 계약 건에 대해 "지금까지의 전례상으로 보더라도 힘들다. 최대한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배려는 하겠지만, 항상 요동치는 자리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휘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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