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임상협이 진짜 꽃미남, 난 그냥 남자답게 생겨"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6.20 07: 21

"임상협이 진짜 꽃미남이다. 나는 그냥 남자답게 생긴 것 같다."
굵은 빗줄기가 그치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오후, K리그 클래식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포항의 비법을 파헤치기 위해 지난 19일 담금질 장소인 경기도 가평을 찾았다.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다. 공도 잘 차는데 외모까지 곱상하다. 자로 잰 듯한 프리킥은 여지없이 골대 구석에 꽂힌다. 흡사 '프리킥의 마술사'로 불렸던 데이빗 베컴을 닮았다. '포항의 엔진' 신진호(25)의 이야기다.

가평에서 만난 신진호는 유쾌하고 자신감이 넘쳤지만 절대 가볍지 않았다. 묵직했다. 축구 선수로서의 가치관과 목표도 뚜렷했다. 여느 선수들의 마음가짐과는 사뭇 달랐다. 말하는 모양새부터 떡잎이 다른 느낌이었다.
신진호는 "팀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아쉽지만 4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만족스럽다. 즐거운 축구를 하면서 선두를 지키고 있고, 다른 팀들의 본보기가 돼 기분이 좋다"라고 흐뭇하게 전반기를 돌아봤다.
포항은 전반기 '쇄국축구', '스틸타카', '포항셀로나' 등의 신조어를 낳으며 승승장구했다. K리그 클래식 14경기서 8승 5무 1패(승점 29점)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깨지긴 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무패행진도 19경기까지 늘렸다. K리그에 모범사례를 제시했다.
비결이 있었다. 신진호는 "국내파라 호흡이 잘 맞는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가 우리가 지금 펼치고 있는 축구다. 다른 팀 선수들도 포항의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게 사실이다"라며 자랑을 늘어놨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살인일정 속 ACL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뚜껑을 열기 전 리그보다는 ACL 쪽으로 무게 중심이 실렸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느낀 점이 많았다. 아직 어린 선수들도 많고 스쿼드가 전체적으로 얇다. 그래도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괜찮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더블(리그, FA컵 우승) 욕심이 난다. 지난 시즌 FA컵을 통해 프로 데뷔 후 2년 만에 첫 우승을 해봤다. 평생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나는 올해 K리그와 향후 ACL까지 우승한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꼭 해보고 싶다"라고 푸른 청사진을 그렸다.
개인적인 영욕도 드러냈다. 모든 선수들의 꿈인 태극 마크다. "사실 이번에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인 명주가 대표팀을 가면서 기자들에게 '기분이 어떻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네 '안좋다(웃음)'라고 대답했다"라고 농을 던진 신진호는 "명주가 포항에서 잘하고 있어 나를 비롯한 모든 동료들이 '명주가 대표팀에 한 번 갔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안정적인 볼관리에 이은 패스로 팀을 조율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어필했다.
신진호의 가장 큰 장점은 멀티플레이 능력이다. 다재다능함을 뽐낸다.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비롯해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한 공격 전방위를 소화할 수 있다. 신진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가장 선호하지만 날개와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뛰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모두 재밌고 잘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어느 포지션이든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기량이 물 올랐다는 증거다.
축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여심을 사로잡는 외모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진호는 "임상협(부산)이 진짜 꽃미남이다. 나는 그냥 남자답게 생긴 것 같다(웃음)"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송진형, 오반석(이상 제주) 등도 미남이다. 실제로 보면 나보다 괜찮은 선수들이 많다"라고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1골 6도움을 올렸다. 올 시즌도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며 14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해 목표로 했던 게 15개의 공격포인트다. 후반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신진호의 눈빛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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