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안 지는 엘롯기, 그들은 운명 공동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20 06: 01

2000년대 중반 아픔의 이름이었던 '엘롯기(LG-롯데-KIA)' 동맹이 이제는 상대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엘롯기', 즉 LG와 롯데, KIA를 세 글자로 줄인 이 말은 팬들에게 아픔의 기억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엘롯기는 2000년대 초반 나란히 하위권에 머무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롯데가, 2005년과 2007년은 KIA가, 2006년과 2008년은 LG가 각각 최하위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직 시즌 반환점을 돌지는 못했지만 상승세가 무섭다. 19일 현재 LG가 3위, KIA가 4위, 롯데가 5위로 나란히 줄지어있는 가운데 상승세가 그칠 줄 모른다. 최근 좋은 분위기를 말해주든 LG와 KIA, 그리고 롯데는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LG는 NC를 상대로 이병규와 정성훈의 연속타자 홈런을 앞세워 4-1로 역전승을 거두고 6연승을 달렸다. 상대전적 2승4패로 뒤지고 있던 껄끄러운 NC를 맞아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8회에 경기를 뒤집었다. 무려 8시리즈 연속으로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있는 LG는 이날 승리로 2위 넥센과의 승차를 없앴고 1위 삼성을 2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KIA는 대전에서 한화를 맞아 이범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8-2로 승리를 거뒀다. 무려 8연승, 선동렬 감독체제 출범 이후 최다연승 기록을 세웠다. 시즌 초반 1위에서 7위까지 떨어졌던 KIA였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중위권 양상을 대혼전으로 만들었다.
롯데 역시 불방망이를 앞세워 두산을 13-6으로 완파, 2연승을 달렸다. 연승은 비록 짧지만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로 분위기는 좋다. 신예선수를 대거 기용하면서 상승세를 탔고, 이제는 베테랑까지 라인업에 복귀하면서 팀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편의상 '엘롯기'로 묶어 부르지만 사실 반드시 서로를 꺾어야 할 적이다. 3위 LG와 5위 롯데의 게임차는 불과 1경기, 한 경기만 밀려도 4위 밖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당연히 상대 성적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요즘 야구 엄청 잘 한 거 같은데 순위는 오히려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LG랑 KIA가 질 생각을 안 한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어쨌든 '엘롯기'의 상승세는 시즌 중반 프로야구 흥행에 큰 호재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동반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95년 LG가 2위, 롯데가 3위, 해태가 4위를 기록했으나 3,4위의 게임차가 벌어져 준 플레이오프가 무산됐었다. 도무지 질 생각을 안 하는 '엘롯기', 그들은 운명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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