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컨디션이 좋았던 탓일까.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경기 초반부터 폭풍 질주와 강력한 어깨를 선보였으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내려간 뒤에는 끝내 자신의 뜻을 이뤘다. 결과론적으로 오늘은 궁합이 맞지 않았다.
푸이그는 20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우익수 및 2번 타자로 출전했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과시라도 하듯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냈다. 1회 1사에서 양키스 선발 구로다 히로키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쳐냈다. 오늘도 류현진의 도우미가 되는 듯 했다.
문제는 과욕이었다. 1루를 돈 푸이그는 내친 김에 2루까지 뛰었다. 이 상황에서 중견수 가드너가 공을 잡아 2루로 송구했고 푸이그는 2루에서 아웃됐다. 사실 짧은 중전안타로 2루까지 갈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경기 초반 흐름에 좋지 않은 주루 미스였다.

물론 푸이그의 엄청난 운동능력은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중전안타였고 가드너의 대처가 그리 늦지 않았음에도 푸이그는 2루에서 큰 차이 없이 아웃됐다. 야생마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운동능력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겼다.
한편 푸이그는 2회 선두타자 닐의 우전안타 때 공을 잡아 곧바로 1루에 송구했다. 강한 어깨가 돋보였다. 송구가 조금 더 빠르고 정확했다면 닐이 1루에서 아웃되는, 우익수 앞 땅볼이라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올 수도 있었다. 다만 이 공도 1루수 곤살레스가 잡지 못하며 포수 엘리스까지 흘렀다. 역시 상황에 따라 실책으로 닐을 2루까지 보낼 위험성이 있는 송구였다. 빼어난 운동능력을 과시했지만 과욕은 옥의 티였다.
그러나 푸이그는 류현진이 내려간 이후 끝내 집념의 2루타를 쳐냈다. 2-6으로 뒤진 8회 다시 중전안타를 쳤다. 그리고 1회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한 열심히 뛰어 2루에서 살았다. 1회보다는 타구가 중견수 옆으로 향했지만 역시 푸이그가 아니면 2루까지 뛸 엄두를 못 낼 타구였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