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레이예스(SK)와 릭 밴덴헐크(삼성)는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함께 뛰었다. 올 시즌 나란히 국내 무대에 입성한 레이예스와 밴덴헐크는 하루도 빠짐없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레이예스와 밴덴헐크가 19일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달 30일 삼성전 이후 3연패에 빠진 레이예스와 2군에서 구위 재조정을 마친 뒤 1군 복귀전을 치르는 밴덴헐크에게 이날 경기는 아주 중요했다. 이들은 오래된 우정을 잠시 접어두고 승리를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우정은 우정, 승부는 승부니까.
이날의 승자는 레이예스. 그는 8이닝 1실점(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쾌투를 뽐냈다. 직구 최고 152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졌다. SK는 삼성을 4-2로 꺾고 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삼성전서 1⅓이닝 4실점으로 일찍 무너졌던 아쉬움을 설욕했다.

밴덴헐크 또한 7⅔이닝 7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4실점으로 고배를 마셨지만 회복 조짐을 보였다.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뽐낸 밴덴헐크는 6회 박진만과 최정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그리고 8회 1피안타 2사사구로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박정권에게 싹쓸이 2루타를 얻어 맞고 4실점째 기록했다.
하지만 투구 내용 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구속과 구위 모두 한결 나아졌다. 채태인, 박석민, 진갑용 등 주축 타자들이 잔부상으로 빠져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화끈한 공격 지원이 뒷받침됐다면 4승 사냥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평소 밴덴헐크에 대해 "결코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다.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로서 직구 뿐만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이 뛰어나다"고 엄지를 세웠던 레이예스는 19일 경기가 끝난 뒤 "밴덴헐크와는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다. 그러나 둘 다 승부욕이 강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 오늘 밴덴헐크와 서로 좋은 경기를 펼친 것 같다"고 첫 대결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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