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희망, 그물망 수비가 살아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20 09: 31

촘촘한 그물망과 같은 수비력을 자랑했던 SK의 원래 모습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SK가 반등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2007년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SK는 강인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곳곳에 리그 최고 수비수들이 버텼다. 상대의 공격 흐름을 차단하는 동시에 동료 투수들의 기를 살리는 호수비가 이어졌다. 상대에게는 빈틈을 주지 않는 통곡의 벽이었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버티는 SK의 저력에 많은 팀들이 스스로 무너지곤 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상황이 달랐다. 오히려 SK의 수비가 평균 아래로 내려왔다. 시즌 초반에는 중요한 순간에서의 실책으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도 많았다. 신예 선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던 주축 선수들까지 뭔가 홀린 듯 실책을 저질렀다. 정근우 최정 박진만 김강민이라는 당대 최고의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잃고 흐트러지는 모습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SK는 4월까지만 총 18개의 실책을 범했다. 신생구단 NC(25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에 이만수 SK 감독이 시즌 중 수비 훈련 시간을 더 늘려 잡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간 SK에서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는 서서히 예전의 수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록되고 있는 실책은 여전히 많은 편이지만 안정감은 확실히 나아졌다. 기폭제는 주축 선수들의 귀환이다. 시즌 초반 부진한 성적으로 출장 기회가 들쭉날쭉했던 기존 선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수비가 점차 든든해지고 있다. 특히 외야는 김강민이 확실한 무게중심을 잡고 있고 조동화가 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확연히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일 문학 삼성전은 이러한 SK 수비력의 향상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0-1로 뒤진 3회 추가점을 방지한 것도 수비의 힘이었다. 2사 1루에서 정형식의 좌익수 옆 2루타가 터졌고 발이 빠른 1루 주자 배영섭은 홈을 노렸다. 그러나 중계 플레이에 나선 박진만이 정확한 홈 송구로 배영섭을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1-1로 맞선 7회에는 김강민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1사 후 조동찬의 2루타 때 좌익수 김상현이 쓰러진 상황이었다. 조동찬도 이를 확인하고 3루까지 달렸다. 그러나 백업 플레이에 나선 김강민이 3루를 향해 정확히 송구하며 조동찬을 잡아냈다. 레이예스가 김강민을 향해 박수를 칠 정도의 멋진 송구였다. SK 야수들도 같이 포효했다. 결국 수비로 분위기를 탄 SK는 역전에 성공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내야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WBC 전훈 당시 눈 부위에 타구를 맞은 최정은 서서히 후유증을 털어가고 있다. 박진만의 수비력은 여전히 든든하고 정근우도 열흘간의 휴식을 마치고 1군에 복귀했다. 외야는 주로 좌익수에 위치하는 김상현이 변수지만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김강민이 어느 정도 몫을 덜어주고 있다. SK는 올 시즌 타선 부진으로 예전만큼 쉽게 점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점수를 덜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비는 그 방법 중 하나다. SK가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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