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서운 ‘여왕의 교실’, 우리 사회의 씁쓸한 축소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6.20 08: 40

편견과 차별, 왕따와 학교폭력. 인정하긴 싫지만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어른들이 냉혹한 현실에서 자행하는 차별을 통한 계급사회를 고스란히 따라 배운 아이들이 다니는 씁쓸한 학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여왕의 교실’은 지난 19일 방송된 3회에서 친구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챙기는 심하나(김향기 분)가 마여진(고현정 분) 선생의 계략으로 인해 도리어 반 전체의 따돌림을 당할 위기에 처하는 안타까운 전개가 펼쳐졌다.
이날 여진은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은따’ 은보미(서신애 분)에게 막말을 하고 자신의 대한 험담이나 반 친구들의 동향을 자신에게 알려주는 일명 스파이를 하면 교실내 절대권력을 안겨주겠다고 달콤한 제안을 했다. 보미는 자신에게 친구를 하자고 손을 내민 하나를 배신하고 여진의 손을 잡았다. 그만큼 여진은 교실내의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보미는 우정보다는 당장의 편안한 안위를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기적인 아이는 보미 뿐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등쌀에 공부도 무용도 무조건 잘해야 하는 고나리(이영유 분) 역시 친구들을 질투했다. 또한 ‘은따’ 보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괴롭히는 다른 친구들 역시 소름 끼치도록 못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여왕의 교실’은 성장기에 조금 엇나갈 수 있어도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다뤘던 기존 학원물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기심으로 가득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은 차가울 정도로 냉혹하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들을 너나 할 것 없이 이기적으로 만든 것은 우리 어른들이었다. 1등을 부추기는 나리의 어머니(변정수 분)나 돈을 벌어야 하는 팍팍한 현실 속에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보미의 어머니나 ‘은따’ 학생의 존재를 알고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넘어가라고 종용하는 교사나 모두 아이들에게 배려 없는 생활을 하게 만든 책임소재가 있었다.
때문에 여진이 아이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독한 말을 쏟아내고, 아이들간의 갈등을 조장하며 심지어 ‘왕따’를 부채질하는 비교육적인 행동에 대해 마냥 잘못된 교육법이라고 혀를 찰 수가 없다. 인정하긴 싫지만 여진이 이끄는 교실은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보는 익숙한 광경이기 때문일 터다.
다만 여진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지, 그리고 여진과 그의 악행으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던질 이야기는 무엇일지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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