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들', 정우성 만나니 악역도 우아해진다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6.20 10: 38

배우 정우성은 영화 ‘감시자들’(조의성, 김병서 감독)에서 데뷔 이후 첫 악역을 맡으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그런데 악역이 악역 같지가 않다. 그가 창조해낸 범죄조직 리더 제임스 캐릭터는 악역에 대한 기존 인상과 달리, 여운과 분위기에 휩싸여 심지어 우아하기까지 하다. ‘젠틀맨’ 정우성이 연기하는 악역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 19일 CGV왕십리에서 ‘감시자들’ 언론시사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는 경찰내 특수조직인 감시반이 범죄조직을 쫓는 과정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낸 가운데, 이 조직 리더 제임스로 분한 정우성의 우아한 악역이 눈길을 끌었다.
빠른 두뇌 회전과 판단력으로 수집한 정보를 취합해 조직원들의 행동요령을 만들어내는 게 설계자 제임스의 몫. 빌딩숲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감시반과 조직원의 사투를 내려다보는 제임스의 모습은 정우성의 깊은 눈매와 특유의 분위기와 만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도 그 자체로 그림 같다.

영화에는 제임스의 보금자리가 등장하는데 카리스마 넘치게 범죄조직을 이끌다 단출한 살림살이 사이에 선 그의 모습은 인물에 대한 또 다른 인상을 심는다. 이 밖에도 그가 범죄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 사연이 언뜻 등장하는 장면 역시 이 인물을 단순한 악역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만들며 제임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미묘한 정서를 형성한다.
이와 관련해 김병서 감독은 시사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제임스 역할을 영화에 갈등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무조건적인 악역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그것이 가능했던 건 캐릭터를 연기한 정우성의 힘이 컸다”고 평했다.
그는 “제임스가 극중에서 범죄조직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등이 넌지시 제시 되는데 그러면서 인물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감정이 생길 수 있게 설계도를 짰다. 그걸 정우성이 잘 표현해줬다”며 “정우성의 캐스팅 이후 그와 인물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시나리오가 풍성하게 고쳐졌고, 완성된 영화에서는 그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정우성과 영화를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호우시절’과 ‘새드무비’  촬영감독으로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 감독은 “정우성과 영화를 세 번째 하는 건데, 나는 ‘감시자들’을 통해서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얼굴을 본 것 같다”며 그가 연기한 제임스 캐릭터에 대한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제임스가 우아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제임스가 감시반 베테랑 황반장(설경구 분)을 비롯해 다람쥐(준호 분)와 대결하고, 신참 하윤주(한효주 분)와 맞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는 그 자체로 심장이 오그라들 것 같은 긴장감이 형성된다. 괜히 범죄조직 리더가 아닌 '원샷원킬'이 분명한, 제임스는 확실한 악역이다. 정우성의 우아한 악역은 '감시자들'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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