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40)가 때 아닌 망언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치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다티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홈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류현진에게 터뜨린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양키스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이치로에게 홈런과 내야안타를 허용한 류현진은 시즌 3패(6승)째를 당했다.
그런데 경기 후 이치로의 발언으로 한국에서는 때 아닌 망언 논란이 불거졌다. 양키스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날 경기 관련 기사 이치로의 멘트 때문이었다. 이치로는 통역을 통해 "난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솔직히 눈 감고 스윙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에게 홈런을 터뜨린 6회 상황이 아니라 이날 경기 전반적인 소감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멘트가 문제였다. 눈을 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쳤다는 게 마치 류현진의 공을 눈감고 쳤다는 식으로 비화돼 망언 논란으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 멘트는 류현진을 겨냥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 스포츠전문지들도 이날 경기 후 이치로의 멘트를 기사에 담았는데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일본 에 따르면 이치로는 7회말 파코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쐐기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린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없이 배트를 휘둘렀는데 맞았다"며 노려친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내가 그런 식으로 보여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치로는 올해 시즌 초반부터 줄곧 부진했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날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날 포함 최근 6경기 중 4경기에서 2안타 이상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서서히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스스로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은 평소대로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 것이 전부였다. 건재함을 알릭 싶은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마치 이치로가 류현진과 다저스 투수들을 겨냥한 듯 눈 감고도 쳤다는 식으로 비화돼 망언 논란으로 확대 해석되고 말았다. 만약 이치로가 실제로 '류현진의 공을 눈 감고 쳤다'고 말했다면 일본 언론에서 먼저 대문짝 만하게 대서특필로 쓰일 만한 일이다.
이치로는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망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대회 전 이치로는 "앞으로 일본과 붙는 나라들이 30년은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하게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아시아 나라들을 압도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비쳐졌다. 당시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있는 이치로였기에 류현진과 승부 이후에도 때 아닌 망언 논란이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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