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점도 없었다. 사실 눈감고 스윙했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인가.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이치로 스즈키(40)가 맹활약 후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치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솔로포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승리의 중심이 됐다. 관심을 끌었던 ‘코리안 특급’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도 홈런 포함 멀티 안타를 기록했다.

사실 이날 경기는 현지에선 한일전보다는 현역 시절 양키스 스타였던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의 뉴욕 귀환이 더 부각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또한 양키스의 승리와 이치로의 활약을 두고 “이치로가 매팅리 감독의 뉴욕 귀환을 망쳤다”는 제목을 달았다. 매팅리 감독은 양키스 선수 시절 1985년부터 10년 동안 9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 양키스의 중심 선수였다.
이렇게 한미일 세 나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인 만큼, 이치로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이치로는 올 시즌 하위타순으로 내려간 것은 물론, 선발 라인업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율 또한 2할7푼4리로 2001시즌부터 10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모습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우승을 위해 시애틀에서 양키스로 이적했으나 정작 자신이 팀의 중심이 아니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치로는 경기 후 “특별히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른 점도 없었다. 사실 눈감고 스윙했다”고 말했다. 4년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친정팀을 상대로 승리 투수가 된 구로다 히로키가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의 대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것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치로의 발언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도 화제가 됐었다. 당시 이치로는 "앞으로 일본과 붙는 나라들이 30년은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아시아 나라들을 압도하고 싶다는 의지 표현이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일본은 이치로를 중심으로 이 대회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이치로는 고비마다 강한 자존심을 표출했고 승자가 됐다. 이번 활약을 계기로 이치로가 부활, 뉴욕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drjose7@osen.co.kr
메이저리그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