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즐기니까 자기 역할을 더 잘한다. 다들 출루해서 찬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명언은 올 시즌 LG에 해당된다. LG는 19일 창원 NC전을 가져가며 어느덧 16번째 역전승과 6연승을 질주, 2위 넥센과 승차 없는 3위가 됐다. 한 달 동안 20승 5패. 무려 승률 8할을 찍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투타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6명의 선수들이 모두 자기 몫을 하면서 나온 결과다.
LG 약진 중심에는 ‘캡틴’ 이병규(9번)가 자리하고 있다. 이병규는 지난 5월 7일 1군 합류 후 31경기서 타율 3할4푼8리 3홈런 25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최근 4경기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며 장타율이 .500에 육박한다. 모두 영양가 만점의 홈런으로 천적 넥센과 스윕패의 충격을 안긴 NC를 상대로 경기 흐름을 뒤집는 한 방을 쳤다. 시간도 적토마의 질주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이병규의 리더십이다. 이병규는 전지훈련부터 LG 선수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10년 동안 붙어있는 포스트시즌 진출 물음표에 “4강 갈 수 있다. 간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경기 중 찬스를 놓친 후배들에게는 “괜찮다”, “다음에 치면 된다”고 말한다. 후배들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던 ‘부담’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기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긍정 마인드를 전파한다.
NC 김경문 감독 또한 이병규의 리더십이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 감독은 LG와 3연전을 앞둔 지난 18일 “LG의 상승세를 보면 맏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야구는 어린 선수들의 패기 하나 가지고는 안 된다. 병규가 분위기를 띄우면서 어린 선수들도 따라하고 잘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올 시즌 이병규가 내세우고 있는 모토는 ‘즐기자’다. 이병규는 19일 팀을 승리로 이끈 후 “모두들 즐기니까 자기 역할을 더 잘한다. 다들 출루해서 찬스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이어 “위닝시리즈나 몇 번째 역전승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록을 의식하기 보다는 그저 매일 최선을 다하고 즐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규의 ‘즐기자’는 정신이 선수단에 전파되면서 LG 선수 모두가 매 경기 새로운 주인공이 되고 있다. 3할 타자만 6명, 20타점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가 9명에 달한다. 타율 3할3푼3리를 치고 있는 이진영이 7번 타순에 자리할 정도로 상하위 타순을 분간하는 게 의미가 없다. 마운드는 안정된 선발진과 막강 불펜진으로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자리 중이다.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자신 있게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신구조화가 완벽히 이뤄졌다.
그동안 LG의 발목을 잡았던 얕은 선수층은 마인드 변화와 함께 두터워졌다. 오지환 홀로 돋보였던 신진 세력이 정의윤 문선재 김용의 신정락의 도약으로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매주, 매달의 목표를 잡는다. 이렇게 이병규의 긍정 마인드가 LG의 극적인 진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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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